갈라지고 터지고 금 가지 않은 천년은 없다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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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벗겨질 대로 벗겨졌다.
작가 김경현(58)의 '천년을 담다'(2022)가 말이다.
하지만 그 '천년'이 어찌 편하게 나오겠는가.
수묵담채화 하나는 끝내주게 그렸던 작가가 그 붓과 종이를 내려놓고 시도한 '고분벽화'는 지난 천년에 말을 건 '또 다른 천년'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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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 바탕으로 천년유물 새긴듯한 외현
쩍쩍 벌어진 화면 틈새 지난한 세월 박아
고구려 고분벽화서 조선 도자기까지 잇고
'인간 세상사' 다다르려 한 대서사시 써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벗겨질 대로 벗겨졌다. 쩍쩍 벌어진 틈새서 보이는 건 지난한 세월. 하지만 아니다. 그리 담백하게 말할 게 아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바탕 삼아 뜨거운 열기와 거친 바람을 거친 뒤 살아남은 그 세월의 균열에,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엉킨 누런 황톳빛 역사를 담아뒀다니까.
작가 김경현(58)의 ‘천년을 담다’(2022)가 말이다. 작가는 옛 그림을 바탕 삼아 채우고 그린다. 바위동굴에 새기듯 올린 외현은 기본. 하지만 그 ‘천년’이 어찌 편하게 나오겠는가. 종이에 석채와 광물성 안료를 붓고 말린 위에 다시 종이를 태워 붙인 뒤 또 다시 물감을 붓는 단계를 수차례 반복한단다. 작품에서 마치 주역처럼 보이는 ‘달항아리’ ‘분청사기철화물고기’ 등은 이 바탕을 완성한 뒤에야 비로소 새겨넣은 조역인 셈이다.
고구려부터 조선을 잇는 대서사시. 이를 통해 작가가 다다르려 한 것은 ‘인간 세상사’라고 했다. “천년을 간직한 유물들은 나를 자극하고 화합과 풍요를 상징하는 커다란 항아리 속에 이야기를 담아봤다”고.
작가는 2013년 제3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한국화)에서 닭과 병아리를 그린 ‘그 어느 날의 대화’로 대상을 받았다. 수묵담채화 하나는 끝내주게 그렸던 작가가 그 붓과 종이를 내려놓고 시도한 ‘고분벽화’는 지난 천년에 말을 건 ‘또 다른 천년’이라고 할까.
내년 1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무우수갤러리서 문활람과 여는 초대전 ‘문화재복원수복학을 공부한 한국채색화가, 한국의 미를 조명하다!’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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