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년…'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 오히려 증가(종합)
건설업이 341명으로 절반 이상,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가장 많아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지난해 '50인(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사망자수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나는 등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산업현장의 안전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수는 644명으로, 전년(683명)대비 39명(5.7%)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발생 건수로는 2021년 665건에서 2022년 611건으로, 54건(8.1%)이 줄었다.
규모별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의 사고사망자 수는 지난해 256명(230건)으로, 전년(248명, 234건)대비 8명(3.2%)이 늘었다.
'50인(억)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 수는 388명(381건)으로, 전년(435명, 431건)대비 47명(10.8%)이 감소했다. 전체 사고사망자의 60.2%가 '50인(억)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화재·폭발, 무너짐과 같은 대형 사고(2명 이상 사망)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21년 22명(8건)에서 지난해 39명(13건)으로 77.3%나 증가했다.
지난해 1월11일에는 광주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로 6명이 숨졌고,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인 1월29일에는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에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의 화재·폭발 사고로 4명이, 9월26일에는 대전 아웃렛 화재로 7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644명을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341명(328건)으로 절반 이상을, 제조업171명(163건), 기타 132명(120건) 순이었다.
사고 유형별 사망자수는 떨어짐이 268명(262건)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90명(90건), 부딪힘 63명(63건), 물체에 맞음 49명(48건), 깔림·뒤집힘 44명(44건) 등이 뒤를 이었다.
12대 기인물별 사고사망자 발생 현황을 보면 단구/개구부, 크레인, 지게차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115명으로, 전년대비 17명(17.3%)이 늘었다. 다만 지붕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33명으로, 전년대비 19명(36.5%)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업종에서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기인물은 단부/개구부다. 전년(53명)대비 8명이 증가한 61명의 사망자를 냈다. 특히 건설업에서 51명의 사망자가 발생, 전년대비 13명(34.2%)이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 2022년 1월 27일 이후부터 작년 말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사망자는 596명(568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640명, 624건)대비 44명(6.9%)이 줄어든 수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316명, 제조업 154명, 기타업종 1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규모별로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사망자 수는 231명(210건)으로, 전년동기(232명, 219건)대비 1명(0.4%)이 줄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사망자 수는 365명(358건)이었는데, 전년 동기(408명, 405건)대비 43명(10.5%)이 감소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난 한해에만 모두 229건의 중대재해법 적용대상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그중 52건(22.7%)의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하청 업체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여하에 따라 경영책임자 및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단 현재는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 중으로, 5인 이상 50인 미만 확대 적용은 내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중대재해법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 수사 현황을 보면, 법 위반이 없는 18건의 사건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내사종결'하고, 사망 32건, 직업성 질병 2건 등 34건의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업종별로 제조업 16건(47.0%), 건설업 14건(41.2%), 기타업종 4건(11.8%) 등이다. 전체 송치사건의 절반은 '300명 미만'의 중·소 규모 기업, '120억원 미만'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건이다.
송치한 34건의 사건 중 28건이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를 위반한 건으로, 사전 안전관리에 주의만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의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도급순위 상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지난해 중대재해 사고사망자 수는 25명으로, 전년(20명)대비 5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건설사는 HDC 현대산업개발로, 지난해 1월11일 광주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반면 시공능력 4위의 포스코건설과 17위의 태영건설은 올해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전반적으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늘었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장에서는 CEO 처벌을 면하기 위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활동이 이뤄지면서 실제 사전예방 효과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있다"면서 현행 '처벌'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예방'을 핵심으로 한 중대재해법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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