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길 막힌 CATL·파산한 英 스타트업…K-배터리, 성장판 커질까 [비즈360]

2023. 1.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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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중국 CATL 공장 유치 거절
BYD도 미국 진출 시점 두고 고민 깊어져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는 자금난에 파산
전기차 배터리 셀. [포드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중국, 유럽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 진입과 수율 안정화 등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금력과 대규모 공장 운영 경험이 있는 K-배터리가 향후 수주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은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두고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미국 버지니아주에 합작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버지니아주가 공장 유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CATL은 미국 진출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CATL은 세계 무대를 장악하기 위해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장 부지로 유력했던 버지니아주가 퇴짜를 놓으며 사실상 활로가 막혔다. 버지니아주는 포드와 중국의 협력 관계가 안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글렌 영킨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주의회 개원 연설에서 “포드를 미국과 중국의 전선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느꼈다”며 “포드와 CATL이 버지니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거절했다”고 못 박았다.

애초 CATL과 포드는 반중 정서와 IRA 등을 고려해 포드가 현지 공장을 100% 소유하고, CATL이 운영만 담당하는 형태로 공장 건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공장 부지를 옮기려는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CATL은 지난해 8월 북미 진출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려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CATL은 당시 투자 계획 발표를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CATL의 멕시코 투자 계획 철회 이유를 미·중 관계 악화라고 보고 있다.

배터리와 완성차를 모두 생산하는 중국 BYD 역시 미국 진출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BYD가 지난 5일 미국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3’에서 미국 공략을 위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관련 발표는 없었다.

BYD는 지난해 미국 유통망 구축을 위한 시장 조사 등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ATL과 BYD는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졌지만, 유독 미국에서만 생산·판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고전하는 사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유럽 배터리 신생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국 배터리 스타트업 브리티시볼트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 신청을 했다. 브리티시볼트는 영국 북부 노섬벌랜드와 캐나다 퀘백에 각각 35GWh, 60GWh 규모의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으로 브리티시볼트는 배터리 셀 양산과 수율 안정화에 실패하며 조달받기로 한 정부 자금 3000만 유로(약 500억원)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브리티시볼트가 특정 업체에 인수되지 않는 한 폐업 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여력과 대규모 공장 운영이 없는 신생 업체가 배터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1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대규모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제조 대기업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SK온은 조지아주에 있는 자체 생산시설에 더해 포드와 미국 내 3개 공장 (켄터키 1·2 공장, 테네시 1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 선정을 마친 상태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던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시그마리튬, 미국 캠퍼스 미네랄, 호주 라이온타운, 유럽 벌칸 등과 리튬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미국 소재 업체 우르빅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했다. 또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지난해 칠레 SQM, 호주 레이크 리소스, 글로벌 리튬과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시장은 올해도 고성장이 지속 전망되는 가운데, 신규 업체들의 진입 차질은 K배터리 경쟁력 강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가팩토리 운영 경험이 있는 한국 셀 3사와 일본 파나소닉이 사실상 전기차 시장 성장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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