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대기업 맞벌이' 많던데"…사실일까

조미현 2023. 1.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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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소득 남성과 직업이 없는 저소득 여성 간 또는 중위 소득 여성과 직장이 없는 저소득 남성 간 결혼이 주요국에 비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소득 10분위 남편과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2.2배(무작위일 경우 1배)였지만, 주요국은 3배였다.

반면 한국에서 소득 10분위 남편과 소득 0분위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1.2배지만, 주요국 평균은 0.9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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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BOK 경제연구'


한국에서 고소득 남성과 직업이 없는 저소득 여성 간 또는 중위 소득 여성과 직장이 없는 저소득 남성 간 결혼이 주요국에 비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맞벌이로 대표되는 '끼리끼리' 결혼보다 소득 수준이 차이가 큰 남녀의 결혼이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가 다른 국가 대비 커 혼인으로 가구소득 불평등이 완화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경제연구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국제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동질혼 지수는 1.16배로, 분석 대상 34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분석 대상국 평균치(1.6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소득동질혼은 고소득자와 고소득자, 저소득자와 저소득자 등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현상을 말한다. 소득동질혼 지수는 부부 소득이 유사한 가구가 얼마나 빈번히 관측되는지를 정량화한 지수다. 이 지수가 크면 소득동질혼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소득 10분위 남편과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2.2배(무작위일 경우 1배)였지만, 주요국은 3배였다. 한국에서 고소득층끼리 결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서 소득 10분위 남편과 소득 0분위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1.2배지만, 주요국 평균은 0.9배였다. 마찬가지로 소득 0분위 남편과 소득 5분위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1.3배지만, 주요국 평균은 0.7배였다. 소득 차이가 큰 남녀의 결혼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의 가구 소득 형성단계별 지니계수(0=완전 평등, 1=완전 불평등)를 주요국과 비교해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취업자 근로소득의 지니계수는 0.452로, 분석 대상국 28개(세후소득 집계 6개국 제외)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불평등이 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0.361) 순위는 24위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주요국에 비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용민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국에서도 '대기업 맞벌이' 결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고소득 외벌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다"며 "저소득층의 경우 저소득 남성이 중위소득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외국과 비교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이 1인 가구와 한부모 가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가구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14.7%, 한부모 가구 비중은 4%다. 주요국 평균 22.6%(1인 가구 비중)와 7.4%(한부모 가구)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소득동질혼과 가구 구조가 주요국과 비슷해지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얼마나 심화할까?

연구팀이 모의실험 결과 한국의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주요국과 같으면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가 평균 1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으로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북유럽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417로, 현재 대비 15% 급상승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의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다소 높은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불평등 완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 기제를 갖춰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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