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결혼' 유달리 적은 韓···고소득 남편·저소득 아내 많다

조지원 기자 2023. 1.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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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동질혼 경향 주요국 대비 약한 수준
대기업 맞벌이 있지만 고소득 외벌이 많아
배우자 선택시 소득보단 가사·육아 우선
외국처럼 결혼하면 불평등 10~15% 상승
[서울경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고소득자 남성과 비취업·저소득자인 여성이 만나 결혼하는 경향이 높아 가구소득 불평등이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장 불평등이 크고 정부의 재분배 정책도 잘 작동하지 않지만 이같은 결혼 성향으로 가구 불평등이 줄었다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 소속 박용민 차장과 허정 조사역은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연구는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 안에서 소득과 소비를 공유하는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모든 국가는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 수준이 낮다. 노동시장에서 근로소득 불평등이 발생하더라도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와 정부의 재분재 정책으로 불평등 수준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2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심한데 가구 근로소득 기준으로 보면 23위로 불평등 정도가 심하지 않아 격차가 크다. 정부의 재분배 정책 효과가 약한 반면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는 큰 영향이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가 큰 것은 소득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소득동질혼 경향이 주요국보다 매우 약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고소득자끼리 또는 저소득자끼리 만나면 가구소득 격차가 벌어지지만 고소득자와 비취업자나 저소득자가 결혼하면 두 명의 중간소득자로 전환되기 때문에 소득 분포가 압축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는 부부 근로소득 간 상관계수가 0.03으로 0에 가까워 분석대상 34개국 가운데 33위로 나타났다. 소득과 상관없이 제비뽑기로 결혼하는 수준이다. 1인 가구나 한부모 가구 비중이 각각 14.7%, 4.0%로 주요국 평균 22.6%, 7.6%보다 낮은 것도 가구 불평등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소득동질혼 양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소득 남성과 고소득 여성이 만나는 이른바 ‘대기업·맞벌이 부부’도 많다. 하지만 다른 주요국은 남편 소득이 높아질수록 아내가 비취업자일 가능성이 상당 폭 낮아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남편 소득이 높아질수록 아내가 비취업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른바 고소득 외벌이 가구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는 것이다. 또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저소득 남성과 중위소득 여성 간 결혼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소득동질혼 경향이 다른 나라보다 약할까.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소득동질혼과 관련된 연구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혼 전후에 따라서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고소득 남성은 결혼 전 배우자를 선택할 때 취업 여부보다는 교육 수준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적극성 등을 우선순위로 뒀을 가능성이 있다. 고학력 여성이 높은 배우자 소득으로 노동 공급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결혼 후에는 육아나 가사, 경력 단절 등으로 아내가 일을 그만뒀을 가능성도 크다.

모의 실험 결과 우리나라 소득동질혼과 가구 구조가 주요국과 같아진다면 가구 균형화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0.361에서 0.396으로 10%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구 불평등 수준이 평균 10% 이상 심화된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가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과 같다고 가정했을 땐 지니계수가 0.417로 15%나 급등한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 구조가 가구 내 소득 공유 효과에 유리하게 작용해 다소 높은 노동 시장에서의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 차장은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 구조가 불평등 완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 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 기제를 갖추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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