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중국은 2026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까?

조성관 작가 2023. 1. 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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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캐나다·멕시코·미국 월드컵 로고. 사진=FIFA.

(서울=뉴스1) 조성관 작가 = "축구라는 건 이해가 안돼. 다섯 살도 하는 걸 누가 스포츠라고 하는 거야. 누가 만든 거야? 아스텍인이? 해골 가지고 놀았나?"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2016)에 나오는 대사의 일부다. 이 영화는 형제 은행강도 이야기다. 2인조 은행강도를 추격하는 보안관이 모텔에서 TV축구 중계를 보다가 동료 보안관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이다.

멕시코를 제외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축구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SI'(Sports ILLustrate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에 카테고리가 보인다. NFL, NBA, MLB, NCAAF, SOCCER, GOLF, NHL, NCAAB …. 미국의 인기 스포츠 순위다.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프로미식축구(NFL)다. 그 뒤를 미프로농구(NBA), 미프로야구(MLB), 전미대학미식축구(NCAAF)가 뒤를 잇는다.

미국 인기 스포츠 상위 5걸에 미식축구가 두 개나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미식축구와 미국문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짐작하게 된다.

한참 MLB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아침마다 SI의 전신인 CNNSI를 들여다보곤 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SOCCER의 위치는 8~10위에 머물고 있었다. NHL 다음이었다. 그러던 것이 내가 SI를 멀리하는 사이에 어느새 축구가 5위 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 축구는 TV중계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스포츠와 맞지 않는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전후반 90분간은 CF가 치고 들어갈 수가 없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 15분 사이에 광고가 들어간다.

메이저리그를 보자. 공수(攻守) 교대할 때와 이닝이 바뀔 때 수시로 광고가 들어간다. 프로미식축구도 마찬가지다. 미식축구는 경기 특성상 자주 끊길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광고가 노출된다.

아시아지역 8.5장으로 늘어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세계 축구팬의 관심은 4년 뒤인 '캐나다-멕시코-미국' 월드컵에 쏠린다. 3개국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다 보니 공식 명칭이 '2026 FIFA 유나이티드 월드컵'이다. 2026 유나이티드 월드컵은 카타르 월드컵과 두 가지가 다르다.

하나는 출전국 수다.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난다. 다른 하나는 경기 방식이다. 48개국이 3개팀씩 16개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펼친 뒤 3위 팀이 탈락한다. 그렇게 하면 조별 리그전에서 32개국이 살아남는다. 32개국은 그때부터 토너먼트를 치른다. 경기수만 놓고 보면, 32개국은 과거와 똑같이 세 경기를 치르게 된다.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참가국 수가 늘어나면 대륙별로 배당되는 티켓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시아는 기존의 4.5장에서 8.5장이 된다.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 월드컵 단골 출전국은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이다. 8.5장이 되면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지난해 7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 대한민국과 중국과의 경기에서 양 팀 선수들이 코너킥 상황 자리 선정을 위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딱 한 번. 2002 한일월드컵 때다. 그때 중국은 3전 3패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중국은 어떻게 2002 한일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었나. 자동 출전권을 얻은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출전국 수를 48개국으로 늘린 것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겨냥한 FIFA의 전략이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만 진출하면,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FIFA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게 된다. 역대급 월드컵 흥행과 축구 저변 확대.

시진핑이 축구굴기 선언했지만…

"내 꿈은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고, 중국이 월드컵에 진출하고, 중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2015년 이렇게 축구굴기(倔起)를 선언했다. 중국은 대부분 스포츠 종목에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만큼은 맥을 못 춘다. 안하무인적인 일부 중국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하는 것은 딱 하나. 축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어떻게 된 게 14억 인구 중에서 베스트 11을 못 뽑냐?"

중국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5조 위안을 투자해 축구굴기를 밀어붙였지만 결과는깨진 독에 물 붓기였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세계 축구팬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대목이다. 인구가 14억이 넘는 나라에서 축구에 재능 있는 11명을 선발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면서 인구가 작은 크로아티아, 코스타리카, 벨기에 등과 비교한다.

중국이 스포츠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종목들을 찬찬히 살펴보자. 거의가 개인 스포츠다. 탁구, 수영, 양궁, 다이빙, 배드민턴….

2016년 7월 11일자 주간조선 표지. / 사진= 조성관 작가

내가 과거 몸담았던 주간조선은 2016년 7월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진짜 이유'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이 기사의 부제가 '중국 축구에 대한 최초의 사회문화적 접근'이었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진짜 이유'의 골자만을 추리면 이렇게 된다. 축구는 1950년대 이래 국가체육의 우선순위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축구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탁구와 비교하면 극명해진다.

중국은 격한 신체 운동을 꺼리는 유구한 역사적 전통이 있다. 중국인은 격한 신체운동은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믿는다. 증거는 수두룩하다. 중국에는 '조기 축구'라는 게 없다. 그 시간에 남녀노소는 공원에 나와 느릿느릿 움직이는 태극권(太極拳)을 즐긴다. 여기에 1가구 1자녀의 독생자(獨生子) 정책이 불을 질렀다. 이렇게 애지중지 소황제로 자란 사내아이들이 몸싸움이 심한 축구를 왜 하겠는가.

중국 성인남자는 체격에서도 열세다. 한국과 일본 남자들보다도 떨어진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우유 소비량이다. 정착 민족인 한족은 체질적으로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한다. 중국인의 우유소비량은 연간 15㎏. 한국 33㎏, 일본 30㎏의 절반 수준이다. 참고로 영국인은 102㎏.

여기에 높은 흡연율도 추가된다. 중국은 흡연에 관대한 사회다. 한국 감독들이 중국에 가서 깜짝 놀란 것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피우는 모습이라고 한다. 축구의 기본은 스피드고, 흡연은 폐활량에 치명적이다.

영국은 축구 종가(宗家)다. 종가답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최고 인기다. 프리미어 경기 직관을 꿈으로 품는 2030세대가 많다. 중국에서는 축구를 '족구'(足球)라고 표기한다. 중국은 축구 역시 자국이 종가라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자칭 '축구 종가' 중국은 과연 2026 FIFA 유나이티드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까. FIFA의 배려로 늘어난 티켓 4장 중 한 장을 가져갈 수 있나. 그 전망은 앞서 언급한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진짜 이유'에서 찾을 수 있겠다. 100년 이상 어떤 사회를 관통해온 정신세계는 후천적 유전자(DNA)로 전해진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는 축구에 목숨을 건다. 늘어난 4장을 차지하려 이들 국가들은 눈빛에 살기가 돌 것이다.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과 자주 맞붙는 이라크·UAE·레바논·바레인·쿠웨이트·시리아 역시 눈에 불을 켤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은 축구에 필사적이지 않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서도 말이다. 백약이 무효다. 불가사의(不可思議)다. 딱 족구 수준이다. 만일 칼 융(Jung)이 살아 있었다면 중국 축구에 대해 트위터로 한마디 날렸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것은 일종의 집단 무의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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