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술핵 꺼낸 미 CSIS “향후 재배치 준비해야”

‘대북정책과 확장억제’ 보고서
나토식 ‘다자 핵공유’ 도 제안
미 유력 싱크탱크 첫언급 주목

배경 사진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가 18일 공개한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 보고서 표지. CSIS 홈페이지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미국의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8일(현지시간) “향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준비작업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시점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반대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미국 주요 싱크탱크가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CSIS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 공동 기획협의체 신설, 영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다자 핵우산’ 확장도 제안했다.

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 보고서를 통해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미래 어느 시점에 저위력(전술) 핵무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작업과 관련한 모의(테이블 톱) 계획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공동 핵기획을 언급하고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미 싱크탱크가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어서, 향후 미국 조야의 강경한 비확산 여론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외교·안보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초당파 싱크탱크로, 이번 보고서에는 존 햄리 CSIS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등 한반도 전문가 14명이 참여했다.

또 위원회는 한·미 핵 계획훈련의 구체적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 환경 영향 연구,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핵 안보 관련 합동훈련,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핵 임무 수행 인증작업 등을 제시했다. 한·미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나토 NPG 형태의 핵 공동 기획협의체를 신설하고, 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도 권고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와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배치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