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 고은 시인·실천문학사 대표에 '진심 어린 사과' 촉구
실천문학 '2023년 봄호'에 사과문 싣기 제안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일 '실천문학'의 편집자문위원인 이승하 시인이 의견문 '고은 시인의 문단 복귀를 지켜보면서'를 문학신문 뉴스페이퍼에 발표했다. 이 시인은 고은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이며, 실천문학사의 윤한룡 대표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시인은 "고은 시인이 5년 만에 시집과 대담집을 발간하면서 문단에 다시 나오는 과정에서 사과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각 언론에 보도되었다"며 "특히 고은 시인의 '내 아내나 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뻔뻔함', '반성 없음'으로 비치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영미 시인에 대해 소송을 건 고은 시인이 패소하였기에 고은의 사과 없는 문단 복귀는 우리나라 사법기관에 대한 모욕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밝혔다.
이 시인은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과오도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인 것"이라며 "예수를 신으로, 붓다를 성인으로 추앙하는 이유는 그들이 반성하고 거듭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패소로 재판이 끝났을 때 고은 시인이 최소한 '(그때 내 행위의 진위 여부에 관계 없이)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심정을 밝혔다.
또한 "5년 만에 문단 복귀를 시도하면서 '지난 5년은 참회의 시간이었다,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시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시를 썼으므로 독자 제위의 질책이 있기를 바란다'란 말을 시집의 후기에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개탄했다.
이 시인은 "두 권 책에는 '나는 언제나 깨끗하였다, 억울하다'란 뜻이 역력하기에 독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뿐만 아니라 고은 시인의 일탈적 행위를 알린 최영미 시인이나 당시의 재판부를 부정하는 당당한 복귀 행위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천문학사의 윤한룡 대표에 대해서는 왜 2권의 책을 회수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은 시인의 변호인 노릇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의구심을 표했다. 창비는 고은 시인의 사태를 보면서 2018년에 시집을 출간하기로 계약까지 했음에도 지금까지 시집을 내주지 않고 있지만, 왜 실천문학사가 이 시점에 고은의 '기댈 언덕'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하고 나선 것인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물었다.
이 시인은 고은 시인의 시집과 대담집 발간은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편집자문위원들이 있고 그 역시 그중 한 명인데 아무 상의 없이 고은의 시집과 대담집을 냈다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는 146호의 책임편집을 맡은 구효서씨는 자신도 모르게 고은의 시 '김성동을 곡함'이 들어갔다고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 시인은 "윤한룡 대표는 실천문학사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2023년 봄호에 사과문을 싣기를 제안했다. 또한 올해 봄호부터 편집자문위원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끝으로 그는 "시집과 대담집을 다 회수하는 게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전 지구적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시집 띠지라도 벗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시인은 계간 '실천문학'의 편집자문위원이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했다.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최근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무의 노래'는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으로 신작시를 담고 있으며, '고은과의 대화'는 이란계 캐나다인 시인 라민 자한베글루와의 대담을 통해 고 시인의 시 세계와 삶을 호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책 출간과 관련, 고은 시인은 5년 전 미투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고 시인의 문단 복귀에 대한 문학계 및 대중의 시선을 싸늘한 상황이다.
한편 최영미 시인은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이후 2018년 초 고 시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본격 제기됐다. 이와 관련, 고 시인은 그해 3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자신이나 아내에게 부끄러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라며 상습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부인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서울고법 민사13부는 고 시인이 최 시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고 시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고 시인은 상고를 포기했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고 시인이 과거 여성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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