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 전 ‘조기진단’ 영상술 개발…“외산장비 가격의 10분의 1”
국내 연구진이 암이 발병하기 전에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첨단 영상기술을 개발했다. 같은 용도의 외산장비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하고, 촬영 성능은 더 좋다. 향후 암 예방과 치료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발광소자를 결합한 펨토초 레이저 기반의 ‘실시간 라만 분자 진동 영상기술(CARS)’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CARS는 동시에 두 가지 파장의 빛을 인체 조직과 같은 시료를 향해 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표적이 되는 시료에서 분자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 이 원리를 활용하면 암이 몸 속에서 발병하기 전에 나타나는 세포의 ‘이상 동작’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CARS에서 나오는 빛의 간격은 펨토초, 즉 1000조분의 1초이기 때문에 분자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달리는 자동차의 주행 경로와 움직임을 정지 사진 몇 장보다 수많은 프레임을 사용하는 동영상으로 찍으면 정확히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현재 암 진단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가 주로 쓰인다. 이런 장비를 통해서는 비정상적인 조직, 즉 암이 생긴 다음에야 발병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병원에서 CARS를 사용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현재 사용되는 외국산 CARS 장비는 10억원대다. 두 가지 파장의 빛을 쏘기 위해 고가의 레이저를 두 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덩치도 책상 두 배 정도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연구진은 기존 CARS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했다. 핵심은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반도체 발광소자’를 쓴 것이다.
반도체 발광소자를 쓰면 두 가지 파장의 빛을 하나의 레이저로 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발광소자의 가격은 개당 수만원대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레이저 가격을 수백만원대로 낮췄다. 결과적으로 CARS 장비 가격을 외국산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뜨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장비의 덩치도 노트북 컴퓨터 2대 정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덩치도 작아졌지만, 성능은 외국산보다 더 좋아졌다. 외국산 장비보다 해상도가 4배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장비를 6개월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송동훈 ETRI 책임연구원은 “가격이 낮은 레이저 한 대를 사용해 제작 비용을 줄이고 상용화에도 다가갔다”고 밝혔다. ETRI는 이번 기술과 관련해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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