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자체 핵 보유’의 원초적 요건
尹 발언 이후 국내외 논쟁 가열
2030 미래세대도 강력히 지지
경제적 고통 설명하면 갸우뚱
핵 보유 9개국 사례 분석하면
미국 입장과 부합 여부가 관건
친북·친중 우려 남기면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더 심각해질 경우) 자체 핵 보유 가능성’ 언급 이후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이에 더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2030세대가 높은 비율로 찬성한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핵 개발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국내 정치권의 이런 논쟁으로 인해 미국에서도 브리핑 등에서 기자들이 백악관의 입장을 묻거나, 마이클 길데이 해군 참모총장 같은 최고위급 현역 군인이 세미나에서 한국의 핵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백악관이나 미군 고위층은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을 뿐 외교적 쟁점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어 다행이다.
최근 20대인 아들들에게 핵 개발에 대해 물었다. 모두 망설임 없이 핵 개발 찬성 의견을 내놨다. 오 시장의 2030세대 통계와 똑같았다. 아들들에게 추가 질문을 했다. “우리 경제가 오랜 기간 상당히 어려워지더라도 핵 개발을 찬성하나?” 하나같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핵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책임 있는 정부·정치인이라면 그 국제 제재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핵 개발에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고, 성공했더라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와 힘겨운 나라를 분석해 핵 개발을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비전을 내놔야 한다.
핵 개발 후 보유에 성공한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북한 등 9개국이다. 실패한 나라는 이라크·리비아·시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미국과 소련은 비슷한 시기에 핵을 개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소련 견제를 위해 핵 개발을 도와주거나 묵인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수정주의 논란으로 소련과 부닥쳤던 중국도 소련 견제를 위해 미국이 핵 개발을 눈감아 줬다. 이스라엘은 중동 견제를 위해, 인도는 커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묵인했다.
파키스탄은 가혹한 제재를 받았지만, 테러와의 전쟁, 즉 아프가니스탄전쟁 때 미국에 공군기지와 보급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반미친중(反美親中) 정권이 계속 집권하면서 어려운 경제 사정이 회복되지 못하던 중 최근에야 반중 정권이 집권했다. 결국,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면 핵 개발에 성공했고, 핵 보유를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반면, 북한은 미국과 적대하고 그 동맹국을 위협하기에 핵 개발 과정에서 가혹한 제재를 받았고, 성공한 이후에도 핵 보유를 인정받지 못하며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고 있다. 남아공은 냉전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은 쿠바군이 진주한 앙골라가 남쪽으로 세력을 뻗치는 것을 막는 보루였다. 그러다 보니 핵 개발에 따른 별 제재 없이 핵탄두를 갖게 됐다. 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남아프리카 지역의 공산화 위협이 사라지면서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인종 문제 등을 빌미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남아공은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했다. 이라크·리비아·시리아 등은 핵 개발 중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좌절됐다. 이란은 산유량이 엄청난데도 핵 개발 과정에서 제재를 받아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한편, 오늘도 전역의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핵 개발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면 별 어려움 없이 성공하겠지만, 미국의 이익과 배치될 경우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미국을 핵 공격으로 위협하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인접해 있다.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북한을 확실히 적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을 큰 목소리로 비난하며 인권 보호와 규칙에 따른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반중 동맹의 선봉에 서겠다고 천명하면 한국의 핵 개발은 어려움 없이 성공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에 대한 주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중국에 대한 입장이 애매하다면 미국은 결코 한국의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핵이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 그리고 미국의 숨은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을 때 핵 개발은 경제 제재 없이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2030세대가 원하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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