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30년만에 폐지한다

토큰증권 허용 제도권 편입도

정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자환경 조성 차원에서 30년만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블록체인(분산저장기술)을 바탕으로 한 ‘토큰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제도권 시장도 연다. 토큰 증권 발행을 허용하되, 안전한 장외 유통시장 마련으로 새로운 기술 변화를 선제 포용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이 같은 자본시장 분야 규제 혁신 안건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992년 도입 후 30년 넘게 유지돼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로, 대표적인 ‘낡은 규제’로 꼽혀왔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사전 등록 없이 개인 여권번호와 법인 LEI 번호(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 등을 이용, 우리 자본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중요정보에 대한 영문공시도 단계적으로 확대, 글로벌 투자자들의 정보접근성이 강화된다.

또 외국인 통합계좌(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단일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글로벌 운용사 명의로 개설된 계좌)를 활성화하기 위해 결제 즉시 투자 내역 보고 의무를 폐지한다. 시장 모니터링 등 필요시에만 세부 투자 내역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블록체인 기술로 증권을 디지털화(토큰 증권)하는 방식을 허용해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다. 토큰 증권은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증권성이 있는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을 말한다. 전자증권법을 개정해 토큰 증권도 실물 증권, 전자 증권과 마찬가지로 실질적 권리관계 등을 인정받게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토큰 증권 투자자들의 재산권이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한 조각투자 등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경우 일정 요건만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증권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토큰 증권들이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춘 안전한 장외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관련 플랫폼을 제도화한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투자계약증권·신탁수익증권으로서의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은 오는 25일,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는 다음 달 초 각각 공식 발표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올해는 우리 자본시장 제도의 국제적 정합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자본시장이 실물 분야의 혁신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숙하지만 낡아버려서 글로벌화된 우리 자본시장에 더는 맞지 않는 기존 규제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우리 자본시장으로 수용해 혁신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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