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 전망에 분노하는 개미들, 할말 있는 증권사

2023. 1. 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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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피’ ‘상저하고’ 증권사 보고서 모두 엇나가
급변한 외부 경제요인에 연구원도 전망 어려워
신영증권 ‘2022년 나의 실수’ 반성문 발표 눈길

#직장인 A씨는 주식 수익률이 -30%를 넘어가고 있지만 처분도 못한 채 속을 끓이고 있다. 코스피가 정점을 찍은 2021년 7월 주식에 뛰어든 뒤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던 중, 다음 해에도 ‘삼천피’를 거뜬히 넘길 것이란 증권사 전망에 보유를 선택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2100선까지 고꾸라졌다. 올해는 증권사가 ‘상저하고’ 전망을 내놓으면서 1월 증시를 관망하려 했으나 이번엔 오름세가 지속됐다. 증권사 전망을 따르다가 또 한 번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

증권사의 코스피 전망이 어긋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애널리스트를 향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는 코스피가 ‘삼천피’를 거뜬히 넘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스피는 2100선까지 고꾸라졌다. 올해는 ‘상저하고’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1월 중순부터 코스피는 2400선을 넘보기도 했다. 이에 증권사 전망이 담긴 기사에는 댓글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이나 연초 시장의 낙관 모두 예측이 어려운 만큼 증권사도 할 말 있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전망도 하나의 관점에 지나지 않는 만큼 투자자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의 1월 코스피 전망은 이미 엇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코스피 밴드로 대신증권은 2140~2340, 신한투자증권 2150~2350, 현대차증권 2150~2380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예상과 달리 2400선을 넘보는 등 계속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상저하고’ 전망이 대다수였으나 시장은 미국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과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 유럽 경제가 예상 밖의 선전을 보였고 외국인 수급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장중 24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1월은 시장이 전망을 넘어섰지만, 증권사 전망은 대체로 지나치게 낙관해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코스피가 3000선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봤고, 현대차증권은 상단으로 3520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 리포트의 경우 악재에도 투자 의견 ‘매도’ 리포트가 거의 없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중립’이나 목표주가 하향을 사실상 매도로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도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가장 기초적으로 할 수 있는 분석은 유가 상승인데, 최근 유가는 비용을 줄이고 수급처를 늘리면서 전쟁 전보다 더 하락했다”며 “예상했던 변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는 만큼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경기가 어려울 때 주가가 선방하는 방어업종이 부족하다”며 “수출 비중이 높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장치 업종 비중이 높아 코스피 전망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연말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을 필두로 ‘2022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일종의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오판의 원인으로는 연초 이미 높게 치솟은 물가와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한 점, 저금리 유지 당위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꼽았다. 김 센터장은 “경제 행위나 정책 의사결정이 한 쪽으로 경도되면 자기강화의 과정이 나타난다는 걸 2022년에 실감했다”며 “언젠가는 변곡점이 오겠지만, 중간 과정에서 이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평했다. 이어 “변곡점을 맞추려고 하는 것보단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늘어나면 이익을 보는 증권사의 구조상 낙관적인 방향으로 전망이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망 자체보단 전망에 담긴 논리를 보고 투자자가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입장에선 증시가 좋아진다고 평가해야 투자자 참여가 늘고 수수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증시가 부진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는 증권사 전망치를 수치 그대로 보기보단 전망을 만든 분석을 토대로 스스로 전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자는 전망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단 기저에 있는 논리와 이유를 파악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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