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밤’이 ‘재팬나이트’ 압도…다보스서 윤석열 효과 [르포]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3. 1. 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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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한국의밤’ 현장 르포
외국인 손님만 250여명...대성황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밤(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 내린 함박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축복하는 서설(瑞雪)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한국의 밤(Korea Night) 2023’ 행사가 대성황을 이뤘다.

이날 다보스에서는 코리아 나이트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라비아 아람코 나이트, 재팬 나이트, 인도네시아 나이트 등 각국이 자국을 홍보하는 행사들이 동시에 열리며 국가간 자존심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이들 행사 중 가장 주목 받은건 한국의 밤이었다. 자국의 국가 정상이 유일하게 참가하면서 행사의 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실제로 총리가 아닌 고토 시게유키 일본 경제재생상이 정부 대표로 손님을 맞은 재팬나이트의 외국인 손님은 코리아 나이트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국의 밤은 이날 오후 7시30분 다보스 중심부에 위치한 아메론 호텔에서 열렸다. 주최측이 파악한 참석자는 총 350여명에 달했다. 이중 외국인 손님만 25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비롯해 동티모르 대통령, 파키스탄 총리, 몬테네그로 총리, 세르비아 대통령, 이라크 대통령 등 총 6명의 국가정상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 외국인 참석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동시에 열린 재팬나이트를 제쳐두고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하려는 외국인 수가 많았다”고 말했다.

참석자 수가 많은데 비해 행사장 규모는 80평 정도로 협소하다 보니 행사 시작을 앞두고 대한상의 관계자들이 이미 행사장에 들어간 있던 손님들에게 “잠시만 바깥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사장에는 재계 총수들이 한발 먼저 도착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40분경부터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차례차례 행사장에 도착했다. 캐쥬얼한 차림으로 도착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행사장 입구에서 잠시 멈춰 꼼꼼히 넥타이를 멘 뒤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정부 요인들 가운데 박진 외교통상부 장관를 필두로 이창양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을 대표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행사장 안팎을 돌아다니며 다른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분위기는 윤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감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멘 윤석열 대통령과 연한 아이보리색 자켓과 검정색 롱 치마를 입은 김건희 여사가 7시30분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행사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들은 물론 외국인과 호텔 직원들까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로인해 행사장 앞 통로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여러분은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만으로도 이미 옳은 선택을 했다. 지금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신 것은 바로 대통령께서 함께해 주시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을 무대로 불러냈다.

자리를 넘겨받은 윤 대통령은 “홀로 들어오는데 술과 음식이 보이질 않아 가지고 손님들 초대해놓고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준비가 다 됐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서 대통령은 “2030년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의 해이자 기후변화 공동 대응의 분기점이 되는 특별한 해다.

특별한 경험을 가진 대한민국, 그리고 부산에서 인류 공동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하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호소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간절함을 담은 영어 스피치를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18일(현지시간)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위스키’를 대표하는 산토리그룹의 니나미 다케시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개로 코리안 나이트에 오게 되었다”며 “나도 2025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 추진위원회 일을 맡고 있는 만큼 엑스포 유치 활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잘 알고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는 한국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건배사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맡았다. 그는 “현재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는 정부나, 민간기업 혹은 시민사회 홀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한국은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낸 최고의 사례이자 롤 모델”이라고 추켜세웠다.

의자없이 원형 테이블만 놓고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한식 핑거푸드가 제공됐다. 떡갈비 꼬치, 구절판, 굴전, 파전 등을 손바닥보다 작은 접시에 담아내는 형식이었다. 중동지역 참가자를 위해선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선살, 새우, 관자, 두부 등으로 맛을 낸 만두가 제공됐다.

윤 대통령과 함께 가장 인기있는 참석자는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가 움직일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누려는 참석자들이 주변을 둘러쌌다. 김 여사는 신동빈 회장과 인사를 나누며 “한국말을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했다.

중간중간 공연도 이어졌다. 올해 코리아 나이트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됐다.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오피시에상을 수상한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씨와 방송 복면가왕에서 우승을 다수 차지하며 뛰어난 가창력으로 유명한 가수 ‘소향’씨가 공연으로 참석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범내려온다’ 안무로 잘 알려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공연을 펼치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촬영했다. <매경 다보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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