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GOS 논란 vs 애플 무혁신 … 가치 소비와 나쁜 경험
삼성전자-애플 새로운 전쟁 2편
세계 브랜드 파워 1위 애플
아이폰 혁신 사라진지 오래지만
나쁜 경험 털어낼 충성고객 많아
갤럭시 GOS 논란 해소할까
# 스마트폰은 크기 대비 가격이 비싼 전자기기 중 하나다. 한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지만 가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더구나 교체 주기도 1~2년으로 짧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살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 다만, 소비자로선 어떤 스마트폰이 더 나은지 확신하긴 어렵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요즘 스마트폰은 생김새부터 기능까지 전부 비슷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소비자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물건을 구매하는 '가치소비'를 지향한다. 구입했을 더 큰 만족감을 안겨줄 제품에 지갑을 열어젖히는 거다.
# 이쯤에서 스마트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구도로 가치소비의 관점으로 돌려보자. 애플이 수년째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삼성전자는 출시가 임박한 갤럭시S23으로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삼성-애플 '가치 전쟁' 두번째 편이다.[※참고: 이 기사는 대학생과 더스쿠프, 온라인 북 제작업체 북팟이 기사의 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대학생 기사취조단' 여섯번째 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애플을 제치기 위해 '외형의 혁신'을 일궈냈다.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을 공격적으로 론칭해 새 시장을 개척 중이다. 반면 애플은 두꺼운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을 뽑아들었다. iOS란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아이패드(태블릿PC)·에어팟(무선 이어폰)·에어팟 맥스(헤드셋) 등 주변기기를 늘렸고, 이들 기기가 아이폰과 연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색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게끔 했다. 소비자가 아이폰을 쉽게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록인 효과'를 노린 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조사의 관점이다. 제조사가 어떤 의도를 가졌든,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소비자의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을 다시 살펴보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가치소비 기준❶ 브랜드 파워 = 우리는 1편에서 요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살 때 '가치소비'를 한다고 언급했다. 소비자가 가치소비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건 단연 '브랜드 파워'다.[※참고: 가치소비란 소비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제품을 과감히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다. 다만, 구매하기 전에 가격이나 만족도를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과소비와는 결이 다르다.]
애플은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브랜드 파급력을 지닌 기업이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년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22)'에서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4822억1500만 달러(600조3576억원)로 1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5위(876억8900만 달러)로 순위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브랜드 가치의 규모로 따지면 애플이 삼성보다 4.9배 더 크다.
애플 제품이 시장의 '기준'이 돼 왔다는 점도 트렌드에 민감한 현대 소비자들이 애플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다. 2016년 론칭 당시 '콩나물 같다'는 조롱을 받았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의 사례를 들어보자.
2016년 당시 무선 이어폰 시장의 규모는 100만대(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불과할 정도로 협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해 12월 애플이 에어팟 1세대를 공개하자 무선 이어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에어팟이 무선 이어폰의 분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지금은 후발주자가 늘면서 시장점유율이 다소 꺾였지만(2021년 26%·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19년만 해도 62.0%(4분기)를 차지할 정도로 에어팟은 불티나게 팔렸다. 사실상 애플이 무선 이어폰 시장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참고: 물론 가치소비 측면에서 애플도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하청 공장에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가치소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문제는 광범위한 이슈를 품고 있어서 다른 기획을 통해 다룰 계획이다.]
■가치소비 기준❷ 경험 = 가치소비를 하는 또다른 기준은 '경험'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나쁜 경험은 각인 효과가 더 뚜렷하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소비자에게 '나쁜 경험'을 안겼다. 삼성전자는 이른바 'GOS(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으로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그해 2월 갤럭시S22를 론칭할 당시 삼성전자는 발열을 조절하기 위해 기기의 성능을 제어하는 앱 GOS를 심어놨다. 이 GOS로 인해 고사양 게임이나 일부 앱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GOS 기능을 소비자가 끌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GOS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데다 갤럭시S22에 발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소비자에게 은근슬쩍 떠넘겼다는 게 이유였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소송으로도 번졌다. 국내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 중 일부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법무법인을 통해 집단소송을 내기도 했다. 집단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에이파트는 지난해 12월 12일 기준으로 총 193장의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에 제출한 상태다.
에이파트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느라 소송 진행을 잠시 멈춘 상태"라며 "공정위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소송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이폰14가 "전작과 비교해 혁신적인 발전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애플도 된서리를 맞았다. 더구나 애플은 아이폰14 기본모델(125만원)보다 30만원 더 비싼 상위 모델(아이폰14 프로·155만원)에 핵심 기능을 몰아줬는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애플이 비싼 모델 구매를 강요한다"는 쓴소리도 들어야만 했다.
흥미로운 건 똑같이 나쁜 경험을 겪었음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애플'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점이다. 시장 분위기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7.6%(3분기)에서 24.6%(이하 전망치·트렌드포스)로 7.0%포인트 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22.2→20.2%)를 비롯해 샤오미·오포·비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할 것이란 전망과 대조적이다.
이는 애플이 '나쁜 경험 리스크'도 견뎌낼 만큼 충성고객층이 탄탄하단 방증이다. 그만큼 가치소비 측면에서도 아직은 애플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연말에 애플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젠 '상반기'에 주로 신제품을 론칭하는 삼성전자 차례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S23를 준비 중인데, 업계에선 늦어도 2월 중엔 출시될 거란 얘기가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지난 18일 자사 홈페이지의 기고글을 통해 "이번 시리즈는 성능과 품질 면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어떤 혁신적인 기능이 추가됐는지, GOS 논란이 완전히 해결됐는지 현재로선 파악하긴 어렵다. 과연 삼성전자는 새 스마트폰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윤정우 대진대(경영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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