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효과 있네…지난해 중대재해 사망 39명 줄었다
법 시행된 1월 27일 이후로 보면 44명, 56건 줄어 감소폭 더 커
중대재해법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은 8명 늘었지만 50인 미만서 47명 급감
중대재해 적용 사건, 22.7%만 처리돼…229건 중 11건만 기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해인 지난 한 해 동안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가 1년 전보다 39명, 재해도 54건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대재해법 적용을 앞두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져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법 시행 준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재해 54건 감소, 사망자 수도 39명 줄어…50인 미만서 감소폭 컸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업무로 인한 사망사고 가운데, 개인지병, 방화 등 사업주의 '법 위반'이 없는 것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경우를 제외하고, 산업재해 여부를 조사해야 하는 사망사고들이다.
이는 사업주의 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게 보상하도록 승인되는 산업재해와는 다르다. 산업재해의 경우 승인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수년 전에 발생한 사고도 승인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되기도 해 1년 간의 재해 발생 현황을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를 사업장 규모로 나누어 살펴보면 중대재해법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크게 줄었다.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230건의 중대재해로 256명이 숨져 전년보다 재해는 4건(1.7%)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8명(3.2%) 증가했다.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81건의 사고로 388명이 사망해 전년보다 각각 50건(11.6%), 47명(10.8%)씩 급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부터 연말까지 기간으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 중대재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건(9.0%) 감소한 568건 발생했고, 596명이 숨져 44명(6.9%) 줄었다.
50인 이상의 경우 중대재해는 210건, 사고사망자는 231명 발생해 전년동기대비 9건(4.1%), 1명(0.4%)씩 감소했다. 반면 50인 미만에서는 358건, 365명으로 각각 47건(11.6%), 43명(10.5%)씩 크게 줄었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중대재해법이 도입되기 전에 이미 자체적으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한 경우가 많아 중대재해, 사망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은 반면, 중소기업은 중대재해법을 계기로 안전보건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선제적으로 안전관리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부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기업의 관심이) CEO 처벌 회피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현장의 이야기가 있다"며 "관련 수사가 장기화되다보니 처음 법이 시행됐을 때보다 사례들이 안 나오면서 긴장도가 떨어지고 있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론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고가 작년보다 많이 일어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짚고, "또 코로나 회복 시기에 제조업 등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복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산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재해도 잦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제조·기타 업종 모두 감소세…무너짐·화재·폭발 대형사고 급증
다만 전년과 비교하면 건설업은 18명(5.0%), 25건(7.1%), 제조업에서는 8명(4.5%), 6건(3.6%),기타업종은 13명(9.0%), 23건(16.1%)씩 모두 감소했다.
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226명(66.3%), 50억원 이상 현장에서는 115명(33.7%)이 숨졌다. 특히 1억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만 사고사망자가 18명(18.0%) 감소해 감소폭이 컸다.
반면 우리나라 도급순위 상위 10대 건설사를 보면 전년 대비 사고사망자가 5명 증가했다. 특히 올해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5명이 숨진 DL이앤씨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일으켜 6명이 숨진 현대산업개발(HDC)이 눈에 띄었다.
반면 전년인 2021년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포스코건설과 태영건설은 지난해에는 중대재해가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경우 2019년부터 3년 연속 사망산재사고가 발생해 노동부가 2021년 3월 태영건설의 본사와 전국 현장을 감독해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건설업체 중 처음으로 노동부 특별감독을 받은 불명예를 안았지만, 노동부로부터 이를 계기로 안전관리체계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조업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사망자가 82명으로 전년보다 13명(13.7%) 감소한 반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도리어 89명으로 5명(6.0%) 증가했다.
특히 300인 이상에서 사고사망자가 47명으로 11명(30.6%)이나 증가했는데, 화재·폭발로 인한 사고사망자만 14명으로 29.8%를 차지해 여수 여천NCC 폭발사고 등 대형사고의 영향이 커 보인다.
기타업종에서 사고사망자는 132명(20.5%)으로 13명(9.0%) 감소했는데,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15명(31.9%)이나 감소한 반면 50인 이상에서는 3명(6.1%)이 증가했다. 특히 300인 이상에서 사고사망자는 39명으로 7명(21.9%)이나 늘었다.
재해 유형으로 살펴보면 떨어짐 268명(41.6%), 끼임 90명(14.0%), 부딪힘 63명(9.7%) 등 3대 사고 유형이 총 421명으로 65.3%를 차지했다. 다만 전년 463명과 비교하면 42명(9.1%) 감소한 결과다.
반면 HDC 아파트 붕괴사고나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여수 폭발사고, 안성 에스지씨(SGC)이테크건설 물류창고 붕괴사고,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사고 등으로 인해 무너짐, 화재·폭발 사고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무너짐의 경우 34명(24건) 발생해 전년보다 13명, 화재는 44명(30건)으로 전년 대비 16명씩 증가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에 사망한 무너짐 사고는 모두 데크플레이트 공법에서 발생했다며, 이 타설작업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다수의 노동자가 한번에 재해를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3년간 국가산업단지(대산, 울산, 여수)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로 13명(7건)이 사망했다며 국가산단 설비들이 노후화돼 이를 정비·보수·증설하는 과정에서 자주 발생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기인물로 살펴보면 ①단부/개구부, ②지붕, ③사다리, ④크레인, ⑤굴착기, ⑥비계/발판, ⑦지게차, ⑧고소작업대, ⑨철골, ⑩거푸집동바리, ⑪화물운반트럭, ⑫달비계 등 12대 기인물에서 309명(48.0%)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단부/개구부, 크레인, 지게차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115명으로 17명(17.3%) 증가한 반면, 지붕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33명으로 19명(36.5%) 감소했다.
특히 전년보다 8명 늘어난 61명이 숨져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한 단부/개구부의 경우 건설업에서만 13명(34.2%) 증가한 5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가운데 50억 미만 건설현장 사고사망자만 32명(62.7%)으로 대부분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는데, 모든 사고가 안전난간 및 개구부 덮개 미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사건 처리율 22.7% 불과…적극적인 수사 의지 보여야
한편 중대재해법 관련 수사 현황을 들여다보면, 법이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가 229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노동부는 34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11건이 기소됐고, 18건은 내사종결해 52건(22.7%)을 처리한 상태다.
최 정책관은 "2021년 연말 기준 일반 산안법 위반 사건의 송치율은 63.7%로 굉장히 차이가 많다"며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 미비점을 찾아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고, 수사 대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져 수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부의 압수수색도 과거 2017년~2021년 5년 동안 연간 2.1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0건이나 했다"며 "산안법 위반 사건은 공장장, 현장소장 등이 처벌대상이고 처벌 수준도 벌금 500만 원 내외 수준이지만, 중대재해법은 CEO를 처벌하니 사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송치된 34건은 사망 32건, 직업성 질병 2건으로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16건(47.0%), 건설업 14건(41.2%), 기타업종 4건(11.8%)이었다.
특히 전체 송치사건의 절반(50.0%)이 300명 미만의 중·소 규모 기업, 120억 원 미만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재해유형으로 보면 '떨어짐' 사고가 12건(35.3%)로 가장 많았고, '끼임'이 8건(23.5%)로 두 사례까 전체 송치사건의 58.8%를 차지했다.
노동부는 '떨어짐 사고' 12건 모두 안전난간, 작업발판, 안전대 부착설비 등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끼임 사고' 8건 역시 노동자의 신체가 끼일 위험이 있는 설비에 접근을 제어하는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가동 중인 설비를 정지하는 절차 없이 임의로 작업을 했고, '물체에 맞음 사고' 4건도 작업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불안전한 방법으로 작업하는 등, 모두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34건의 송치사건 중 무려 28건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시행령 제4조제3호) 위반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해당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 미이행(시행령 제4조제5호) 20건(15.9%) △급박한 위험에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 미이행(시행령 제4조제8호) 17건(13.5%)으로 시행령 제4조의 3호·5호·8호 규정 위반이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내사종결된 18건의 경우 △법 위반 없음이 명확함 8건(44.4%)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등 법 적용 대상 아님 3건(16.7%) △지배·운영·관리 범위 외 3건(16.7%) △개인지병 등 기타 4건(22.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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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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