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장부 공개부터 전방위 압수수색까지…정부, 노조압박 최고조
노동계 "근거 없이 부패집단 매도…이제는 공안통치 부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최근 노동조합을 겨냥한 '불법행위 수사'로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공안 통치 부활'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9일에는 경찰이 조합원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노조 압수수색을 벌였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노동·교육 등 3개 분야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과 겨울 화물운송연대(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 이후 정부와 여당 내에서 노동개혁이 3대 개혁 가운데 최우선으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동시에 노동개혁 무게추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등 제도 개편에서 '노조 불법행위·부패 척결'로 옮겨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작년 연말부터 '연금·노동·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가장 자주 언급하고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발언은 올해 신년사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3대 개혁과 관련해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그 출발점으로 꼽았다.
최근 노동계 사정 드라이브의 시작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였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지난해 12월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조활동에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운을 떼자 여당에서 대기업·공기업 등의 대규모 노조는 회계자료를 행정관청에 제출하게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바로 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노조부패'를 '척결 대상 3대 부패' 중 하나로 지목하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거론했다. 고용노동부는 곧바로 일정 규모 이상 노조는 회계감사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놨고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이를 앞세웠다.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대응 강도도 세지고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다른 노조 사업자를 현장에서 빼라고 건설업체를 압박한 데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계에서는 공정위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을 전면 부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로 피해가 나면 공공기관이 직접 노조에 민형사상 대응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공안당국이 민주노총 간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까지 공식화하면서 정부와 노조 대립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과 경찰은 전날 민주노총 서울 본사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는데, 국보법 위반 혐의로 당국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안당국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017년과 2019년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쪽 공작원과 회합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년간 내사를 벌여오다 관련 증거를 확보해 강제 수사로 전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안보를 무기로 노조를 탄압한다는 비판과 함께 '노조 때리기'로 정권 지지율 상승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에서 "국정원의 도 넘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면서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압수수색이 과도하게 진행됐다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실정을 덮기 위한 '쇼'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대해 "노조 회계에 큰 비리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근거도 없이 부패집단으로 매도하더니, 이번엔 공안사건까지 터뜨리며 빨갱이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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