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용 비리'도 모자라 '직원 폭행'까지...공공기관이 이래서야
작년 12월 인터넷 연결 문제로 부서 간 발생한 갈등이 발단
가해 상사 "계급장 다 떼고 이리 나와. XXX야" 직원 멱살 잡고 욕설까지
작년 채용 비리 건도 감사 진행 중...당사자 퇴사로 감사는 지지부진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서울시 은평구 산하 공공기관인 은평문화재단이 채용 비리·직원 폭행 및 갑질 의혹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평구의 자체 감사와 별개로 폭행 가해자가 형사 입건까지 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은평문화재단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19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은평문화재단 A대리는 폭행 혐의로 직속 상관인 B본부장을 신고했다.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에 이어 피의자 조사까지 마쳤다”며 “자세한 수사 진행 상황은 말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단 경영지원팀에서 전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A대리는 인터넷이 계속 먹통이 되자 원인 파악에 나섰고 문화사업팀의 무선공유기 연결로 인해 인터넷 연결이 끊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문화사업팀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무선공유기 분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당 무선공유기를 휴지통에 일방 폐기 처분했다. 직원들 간의 감정 싸움으로 끝날 것 같던 이 사건은 이달 10일 B본부장 귀에 그 내막이 들어가면서 사건이 또 다른 양상으로 확대된다.
B본부장은 지난 10일 오후 5시께 예고 없이 경영지원팀 사무실로 찾아가 A대리에게 “네가 그렇게 싸가지 없는 놈이라며”라고 말하며 A대리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면서 “야 너 계급장 다 떼고 이리 나와 봐. 빨리 와 XXX야”라며 “안 되면 담당이 고쳐야지 XX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A대리는 뒷날인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부서를 찾아 사건을 접수했다. 서부서는 피해자 조사 이후 지난 16일 피의자인 B본부장 조사까지 마쳤다. B본부장 측은 A대리의 멱살이 아닌 어깨를 잡았다는 입장이지만, 폭행 혐의 구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B본부장은 A대리뿐만 아니라 A대리의 동료들까지 보는 앞에서 이 같은 행위를 했기 때문에 모욕죄 역시 성립할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멱살이든 어깨든 상관없이 폭행이 될 수 있다”며 “여러 사람 앞에서 그 같은 행위를 했다면 모욕죄 역시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욕죄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이나 친고죄는 아닌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다.
재단은 피해자에 경위서 작성 지시...은평구 감사·노동청 조사도 진행 중
이처럼 해당 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했지만 재단은 다소 상식 밖의 대처를 했다. 재단 대표이사인 C대표는 지난 16일 경영지원팀 직원 전부를 대표실로 불러 이번 사건을 노사협의회를 먼저 통하지 않고 경찰로까지 가져간 데 대해 지적했다. 이후 C대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했다.
B본부장은 지난해 새로 생긴 본부장 자리에 초대 본부장으로 외부에서 온 인물로, 현 재단 대표인 C대표의 전 직장 선배다. 이에 대해 C대표는 “약 3년 간 같은 직장에서 일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용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B본부장을 편드는 것은 아니지만 ‘멱살’이 아닌 ‘어깨’를 잡았다고 하더라. B본부장이 다혈질인 것은 맞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다”며 B본부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A대리의 공유기 폐기 건을 회사의 내부 절차에 따른 징계가 아닌 사적 제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잘못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맞다.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B본부장에 대해 강력히 징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본부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용건과 연락처를 남겼으나 연락이 없었다.
A대리는 경찰 신고와 별개로 은평구청 인권팀 및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도 진정을 접수했다. 은평구청 인권팀은 해당 사건을 구청 감사청렴담당관실로 이관했다.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3과는 지난 18일 A대리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은평문화재단은 지난해 채용 비리 의혹으로도 논란이 됐다. 재단이 지난해 8월 실시한 ‘2022년 제3회 통합 직원 채용 과정’을 통해 입사한 D씨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건과 관련해 은평구청 감사청렴담당관실에선 지난해 11월부터 감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D씨가 감사 돌입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퇴사를 했고 이후 감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은평구청 감사실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작년 11월 말에 사직서를 냈고 우리는 의혹을 조사 중이기 때문에 수리가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인사는 재단의 소관인데 재단에선 ‘규정상 한 달이 지나면 퇴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결론이 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A대리 폭행 사건과 관련해선 “재단 ‘갑질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 17일 오후 4시 피해자 조사를 했고 목격자들의 진술도 19일 오전까지 취합했다. 19일 오후 가해자에게 조사에 응할 것을 통보했으나 가해자가 외부 출장 일정이 있다고 해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사실 관계 확인을 한 이후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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