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핵 관련 발언은 NPT 위배”... 핵개발 의혹 이란의 적반하장
과거 핵개발 의혹으로 제재 전력
”NPT 탈퇴 옵션 중 하나”라고도
美, 한때 이란 ‘불량 국가’로 명명
이란이 18일(현지 시각) 윤강현 주(駐)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핵무장’ 언급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가능성까지 문제 삼았는데 이를 두고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외교 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입장에서 ‘UAE의 적(敵)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이란이 그동안 핵개발을 추진하다 유엔·미국·유럽연합 등을 비롯한 국제 사회 제재를 받은 전력 때문이다. 이란 핵 문제는 중동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레자 나자피 법률·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윤 대사를 불러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나자피 차관은 윤 대통령이 최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핵 위협 상황 악화를 전제로 핵무장을 언급한 것까지 문제 삼으며 “NPT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에 대한 한국 측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에 묶여 있는 70억 달러(약 8조 6618억원)에 대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여의치 않으면 “관계를 재검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란이 한국에 NPT 위배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이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까지도 이란 외무장관이 자국의 핵개발 의혹에 대한 국제 사회 압박이 일자 “NPT 탈퇴는 이란이 가지고 있는 옵션 중 하나”라고 공공연히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지난해 이른바 ‘히잡 미착용 의문사’에 대해 국제 사회와 연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12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이란 축출에 찬성한 것을 못마땅해하던 이란이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화풀이’ 성격의 초치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은 NPT 조약에 가입해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90년대 러시아·파키스탄·중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한 이후 핵 개발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국제 사회에서 끊이지 않았다. 2002년 8월 이란 반국가 단체인 MKO가 두 곳의 비밀 핵시설 존재를 폭로하며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란은 “모든 핵 활동이 평화적이고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을 위반하고 협상하고 다시 규정을 위반해 판을 깨는 패턴이 지난 30여년 동안 반복됐다.
한때 이란 핵 문제를 놓고 이란과 국제사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주요8국(G8) 확대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은 외교 방법이 최우선이지만 ‘군사적 옵션’도 여전히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해 UN(2010년), 유럽연합(2012년) 등이 제재에 가세하면서 이란의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결국 2015년 7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독일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P5+1′ 국가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우여곡절 끝에 합의했다. 이란이▲농축 능력 및 우라늄 비축량 제한 ▲일부 핵시설 재설계 및 전환 ▲투명성과 신뢰 확보 조치 등을 취하면 이에 대해 국제 사회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 때부터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계약’으로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합의 파기를 선언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북한, 베네수엘라와 함께 ‘불량국가(rogue state)’로 꼽기도 했다. 이후 대이란 제재가 복원됐는데 2021년 1월에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항의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국적 선박인 ‘한국케미호’를 볼모로 잡는 일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JCPOA 복원을 위한 협상이 재개됐지만,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되면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바이든이 “이란과의 핵 협상이 사실상 사망했다”라고 말한 보도가 나왔고, ‘히잡 미착용 의문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미·이란 관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 때문에 ‘UAE의 적은 이란, 한국의 적은 북한’이란 발언에 대해 외교부가 “한-이란 관계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란이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에 대해 NPT 위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자체 핵 보유’를 언급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 폭주 속 ‘상황이 더 안좋아지는 경우’를 전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경우 국제 사회에서 원자력 관련 여러 규정들을 비교적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있어 이란과는 경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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