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수도권 쏠림 풀려고...정부, 한전에 전기 공급 거부권 준다는데

이윤주 2023. 1.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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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60% 수도권...비수도권에 지으면 전기요금 감면하기로
업계 반응은 시큰둥..."수요 많은 곳에 몰릴 수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내부. MS 제공

정부가 대규모 전기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계통(발전소‧변전소‧송전선 등을 포함한 전기적 연계) 신뢰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전력공사에 전기 공급 '거부권'을 주기로 했다.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시설 부담금을 50% 할인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준다. 수도권에 몰린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를 각 지역에 분산시키기 위한 방안인데 정작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시장을 잘 모르는 조치"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정책 설명회'에서 이런 내용의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지역 분산 간담회를 통해 논의한 방안에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 관련 업계 의견을 모아 보완한 내용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정지되며 일반에 알려졌다. 연중 24시간 운영되고 내부 항온·항습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많이 쓰는 대표 시설로 꼽힌다. 1개 데이터센터당 연간 전력 사용량은 평균 25기가와트시(GWh), 4인 가구 6,000세대 사용량과 맞먹는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발전소 하나 없는 수도권에 절반 이상 몰려 있고, 앞으로 더 지어진다는 사실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운영 중인 147개 데이터센터 중 수도권에 자리 잡은 곳은 60%인 88곳에 이른다. 전력 수요로 따진 수도권 비중은 70%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올 6월까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설 계획이 확정돼 전력 공급이 예정된 62호수 중 52호수, 즉 90%가 수도권 지역에 쏠려 있었다(본보 단독 기사). 산업부는 2029년쯤 수도권 쏠림이 86%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사용예정통지' 제도를 통해 한전에 접수된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9년까지 637개로 이 중 550개가 수도권에 지어질 예정이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몰리면 데이터 안전과 보안, 전력 계통,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큰불이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하면 데이터 손실, 인터넷 지연 등을 비롯해 생활·통신 인프라가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데이터센터 수도권 신규 진입을 제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새 데이터센터를 지을 경우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히 평가해 ①계통 파급 효과가 크거나 ②과도한 신규 투자를 유발하거나 ③계통 연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한전이 전기 공급을 유예 또는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이 2월 6일까지 입법예고된 상태"라며 "올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를 거쳐 새 데이터센터가 한전의 전기사용예정 통지 검토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비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는 각종 혜택을 준다. ①시설부담금 50% 할인, ②예비전력 요금 면제 혜택은 올해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한 뒤 효과를 분석해 기간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비전력이란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기에, 최대 공급량에서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력량을 말한다. 강원과 전남, 전북, 경북 등 지자체는 최대 1,000억 원의 투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내놨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현장 모르는 조치"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오전 현장 감식이 끝난 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제안에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사실상 지방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강제하는 조치로 이해하고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현재 준비 중인 시설 대부분은 '외부 고객 사용'이기 때문이다.

통상 데이터센터 업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고객사에 시설 일부를 임대한다. 고객사는 시설 운영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 잠재적 고객사인 정보기술(IT)업체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도 그 수요를 감안해 수도권에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그나마 판교에 있어서 네이버나 카카오가 현장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비수도권에 있었다면 본사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비스 복구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도 데이터센터가 수요처와 가까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업계는 말한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기지국 바로 앞에서 통신 속도가 가장 빠른 것처럼 초고속, 초저지연 등 빠른 응답성이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데이터센터는 수요가 많은 곳에 밀집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전력 사용에 효율성이 생기겠지만 그 외 모든 업무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데이터센터 업체에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데이터센터 업체에만 규제가 가해질 경우 주요 고객사들이 입지적으로 편한 해외 데이터센터 업체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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