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고 툇마루 누워 하늘 올려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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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농막을 놓은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휴대전화 사진첩을 훑어보니 농막 자리를 만드느라 굴착기를 동원해 나무를 옮겨 심고, 땅을 다지는 사진부터 기초를 놓고 바닥부터 나무를 쌓아올려 벽체가 만들어지고 지붕을 올리고 마무리하는 사진이 역순으로 나온다.
그런데 농막은 바닥이 지면에서 떠 있는데, 아연 각관 위에 합판을 얹고 그 위에 전기보일러를 깔았을 뿐이라 땅의 냉기와 찬 바람이 열을 확확 빼앗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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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농막을 놓은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휴대전화 사진첩을 훑어보니 농막 자리를 만드느라 굴착기를 동원해 나무를 옮겨 심고, 땅을 다지는 사진부터 기초를 놓고 바닥부터 나무를 쌓아올려 벽체가 만들어지고 지붕을 올리고 마무리하는 사진이 역순으로 나온다. 새삼 추억이 새록새록.
우리 농막은 3.8×3.8㎡, 약 4평의 면적에 핀란드산 소나무로 조립했다. 원래는 창고 용도로 제작된 제품이라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격은 설치비까지 600만원. 추가로 창문 2개를 더 내고 데크까지 추가한 금액이 40만원가량. 코로나19 이전에 수입된 거라 지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싸게 설치한 셈이다. 여기에 굴착기 이틀 사용료 120만원, 화장실 용도로 구매한 플라스틱 조립식 창고와 양철로 조립한 창고에 부자재, 농막 안에 놓은 간이 싱크대와 선반 등 비품까지 더하면 1천만원 정도 들었다.
정화조는 따로 묻지 않고 캠핑용 변기를 쓰고 배변통은 집에 갖고 와 비운다. 상하수도도 따로 끌어오지 않았는데, 먹는 물은 집에서 받아가고 씻는 물은 농막 뒤에 1t짜리 물탱크를 놓고 이웃에 사용료를 조금 드리고 지하수를 받아서 쓴다. 하수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은 물은 모았다가 밭에 주고, 세제를 사용한 물은 받아서 집에 와 버린다. 전기는 한전에서 공급받으니, 절반 정도의 오프그리드(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는 삶) 생활이라 볼 수 있다.
1년간 농막을 사용해보니 좋은 점은 첫째, 예쁘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가까이 봐도 멀리서 봐도 예쁘다. 둘째, 나무로 만들어 향기가 좋고 습도 조절이 잘된다. 셋째, 이건 장점이자 단점인데 화장실이 밖에 있어 민망함이 없다. 좁은 공간에 화장실이 함께 있으면 적나라한 소리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바닥 단열 보강을 못한 것이다. 벽은 4㎝ 두께인데 생각보다 단열이 잘된다. 그런데 농막은 바닥이 지면에서 떠 있는데, 아연 각관 위에 합판을 얹고 그 위에 전기보일러를 깔았을 뿐이라 땅의 냉기와 찬 바람이 열을 확확 빼앗아간다. 그래서인지 한 달에 두 번 정도 쓸 뿐인데 전기요금이 집보다 많이 나온다. 다시 한다면 단열재를 두툼하게 넣고 보일러를 올릴 거다.
요즘엔 농막이 보급형 별장이 되어 도시 외곽에 작은 땅을 마련해 텃밭도 하고 바람도 쐬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재 가격이 올라 3천만원, 4천만원은 기본이고 5천만원 넘는 농막도 있다. 기본 6평이라는 제약 안에서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어 욕조도 넣고 2층도 올리고 테라스도 만들고 하면서 다양한 설계를 실험하고 있다. 젊은 건축가가 일론 머스크 느낌의 모던 농막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컨테이너 하나 달랑 놓고 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됐든 얼마가 됐든 각자의 취향과 형편에 맞게 즐기는 게 농막 라이프의 핵심이다.
지난 1년간 우리 부부는 4평짜리 작고 예쁜 집을 알차게 이용했다. 돌아보니 새삼 추억이 방울방울이다. 옥수수농사를 조석으로 열심히 지었다. 아침 해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고, 풀 뽑다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저녁밥을 먹으며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던 날들. 부모님과 지인들을 초대해 흥겹게 보낸 시간들. 이만하면 벌써 투자금 다 뽑은 건가?
글·사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박기완 경남 밀양의 농부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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