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동거녀 둔기로 10번 내리쳐 살해했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찰, 강도살인죄 등 구속 기소
”추가 범행은 없는 것으로 판단”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동거하던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기영(32)은 돈을 노리고 미리 동거녀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며, 택시기사는 교통사고를 경찰에 신고할 경우 실형 선고가 예상되자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이 추가로 살인 범행 등을 저지른 정황은 없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부장 정보영)는 19일 이기영을 강도살인, 사체유기·은닉, 컴퓨터 등 이용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기영은 작년 8월 3일 오후 파주시의 아파트에서 동거하던 A(50)씨의 머리를 둔기로 10회 이상 내리쳐 살해하고, 이튿날에는 A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 일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시신은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으나 파주시 아파트에서 발견된 혈흔의 DNA가 A씨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기영의 진술대로 A씨의 시신을 파주 공릉천에 실제로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기영은 A씨를 살해한 직후 A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36회에 걸쳐 3930만원을 자신의 계좌에 이체하거나 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A씨 명의의 체크카드 등으로 95회에 걸쳐 4193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대금을 결제했다.

검찰은 이기영이 범행 이후 A씨 소유의 예금, 신용카드 등을 탕진하자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작년 11월 집주인인 A씨를 매도인으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이를 담보로 아버지로부터 1000만원을 빌린 사실도 새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기영이 범행 직전 독극물, 범행 이후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방향’ 이나 휴대폰의 잠금 해제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A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나 범행 이전과 이후의 행적을 보아 미리 살해 계획을 세웠고, 금품을 탈취할 의도가 인정돼 강도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기영이 작년 12월 20일 택시기사 B(59)씨를 살해한 것은 음주운전 신고를 못하게 할 목적으로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기영은 2018년 음주운전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았으며, 2019년 11월에도 같은 혐의로 적발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누범 기간이었다. 이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이기영은 B씨의 시신을 아파트 옷장 안에 숨겼으며, 범행 직후 4일 동안 B씨 명의의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6회에 걸쳐 4788만원을 자신에게 이체했다. 또 B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5회에 걸쳐 물품을 구입하면서 769만원을 결제하는 등 모두 5557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밖에도 이기영이 작년 3~5월 허위 매출내역 등을 작성해 자기 명의로 등록된 사업체를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속여 3회에 걸쳐 소상공인 코로나 재난지원금 1000만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도 적용했다. 또 피해자 A씨와 B씨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피해자를 가장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신고를 막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검의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기영은 자기중심성·반사회성이 특징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 및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또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돼 기소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