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이상 난해시 `진단 0 : 1' 물리학으로 풀다

배상현 기자 2023. 1. 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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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지난 2021년에 이상의 대표적 난해시인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를 4차원 기하학·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존의 해석으로는 행이 바뀔 때마다 1/10씩 곱해지는 등비수열이라거나, 대각선을 사이에 둔 대립에 관한 묘사라는 관점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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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스트 이수정 교수팀, 물리학적 관점 해석 논문
이상문학회 발행 `이상리뷰' 18호 지난해말 게재

[광주=뉴시스] 건축무한육면각체 - 진단 0 : 1의 일본어 원문(왼쪽)과 동일작의 한국어 번역문.


[광주=뉴시스] 배상현 기자 = `천재 시인'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작품 중 하나인 난해시 `진단 0 : 1'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논문이 나왔다.

지스트는 기초교육학부 이수정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 오상현씨(지스트 졸업생·물리전공)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이상의 시 `진단 0 : 1'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에 관한 시임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

연구팀은 지난 2021년에 이상의 대표적 난해시인 `삼차각설계도'와 `건축무한육면각체'를 4차원 기하학·물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진단 0 : 1'은 가운데 점(•)이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11행 11열의 숫자표와 ‘진단 0 : 1’이라는 표현 등이 등장하는 짧은 시이다.

기존의 해석으로는 행이 바뀔 때마다 1/10씩 곱해지는 등비수열이라거나, 대각선을 사이에 둔 대립에 관한 묘사라는 관점 등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물리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숫자표의 숫자를 시공간 좌표로 보고 ‘진단 0 : 1’이란 마치 종이를 말아서 양 끝이 이어진 원통형으로 만들듯 시공간의 경계를 연결하고 반복시키는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단 0 : 1'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시공간적 배경을 설정하는 시이며, 여기에 나타난 시공간의 연결과 반복이라는 주제는 반복, 무한, 공포, 권태, 자아분열 등 이상 문학에 등장하는 다른 모티프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이수정 GIST 교수(왼쪽)와 오상현 캘리포니아 대학교 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


이와 함께 이상의 다른 작품인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6'을 토대로 숫자표에 등장하는 수열 ‘1234567890’이 무한히 반복되는 수열의 순환마디이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시공간 좌표를 암시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발상을 ‘주기경계조건 모티프’로 명명했다. ‘주기경계조건 모티프’를 토대로 `진단 0 : 1'의 숫자표를 이어 붙여보면 숫자표의 경계 부분에서 숫자 배열의 불연속성을 볼 수 있다.

이는 시공간이 부적절한 주기성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붙인 숫자표의 상반부를 왼쪽과 아래쪽으로 한 칸씩 이동시켜 포개어 붙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0 : 1’은 이러한 ‘이동시켜 포개어 붙이기’를 의미한다. 숫자표의 상반부를 이동시켜 포개어 붙일 때 그 가운데 부분에 주목하면 0과 1, 그리고 가운데 점(•)이 다음과 같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0 : 1’에서 ‘ : ’은 기존에 대각선으로 배치되었던 두 가운데 점(⦁⦁)을 일렬로( : ) 정렬하기 위해 위쪽 ‘0 • 1’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첫 번째 단계에 대응한다.

다음으로, ‘0’과 ‘1’은 위아래로 배치된 0과 1 쌍(, )을 하나의 0과 1로 만들기 위해 위쪽 ‘0 • 1’을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포개는 두 번째 단계에 대응한다.

이때 ‘진단 0 : 1’은 좁게 해석할 경우 주어진 숫자표에 ‘0 : 1’로 표현되는 조작이 필요하다는 진단으로, 보다 넓게 해석할 경우 시공간(또는 세상과 사회)에 대한 진찰을 통해 그것이 병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통찰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수정 교수와 오상현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진단 0 : 1'에 대한 새롭고 혁신적인 해석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주기성 시공간을 문학의 소재이자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상의 문학적 독창성과 전위성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하며,

이어 “이는 차원주의(Dimensionism) 등 당대 유럽의 예술운동 사조보다 혁신적인 문학적 시도”라면서 “주기경계조건 모티프는 이상의 작품을 해석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이자 패러다임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이상 시의 주기경계조건’ 논문 시리즈의 첫 번째 출판물로 시리즈의 후속 논문에서는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 `오감도' 등에 드러난 주기경계조건 모티프와 그 해석에 관해 다룰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2022년도 지스트 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이상문학회가 발행하는 `이상리뷰' 18호에 지난해 12월 30일 ‘이상 시의 주기경계조건 1-`건축무한육면각체–진단 0:1'의 파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prax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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