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과 연결돼 있던 이 사람의 정체는

조윤하 기자 2023. 1. 19. 1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빌라왕-국] ③ '전세사기' 1세대와 2세대를 잇는 공인중개사

Q1. 서울 여의도, 광화문 같은 도심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축보단 신축 빌라가 많으며, 재건축/재개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은 어디일까?

Q2. 빌라 1,139채를 갖고 있다 숨진 '빌라왕' 김 모 씨, 빌라 283채를 갖고 있다 최근 구속된 강 모 씨, 세입자 13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98억 원을 가로챈 '세 모녀'.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지역은 어디일까?

두 질문에 대한 답은 같습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1세대 전세 사기가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빌라 283채를 소유한 일용직 노동자, 시작은 화곡동에서

신축 빌라 283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최근 40대 남성 강 모 씨가 구속기소 됐습니다. 강 씨는 지난 2015년부터 주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를 사들여 '화곡동 빌라왕'으로 불렸습니다. 2018년까지 3년여간 빌라 수백 채를 사들여 '1세대 전세 사기'로도 분류됩니다. 당시 강 씨의 직업은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어떻게 일용직 노동자가 순식간에 빌라 283채를 사들인 걸까요?

강 씨는 홀로 범행하지 않았습니다. 공범은 화곡동에서 '희망부동산'을 운영하던 공인중개사 조 모 씨. 범행의 시작은 2015년 봄, 역시 화곡동에서였습니다. SBS가 입수한 강 씨 공소장을 보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싶은데 부동산을 매입할 자금적 여유가 없다'던 강 씨에게 조 씨가 접근합니다. 그러곤 '무자본 갭 투기'를 권합니다. "자본금이 없어도 부동산을 많이 소유할 수 있다"라고 말이죠.


조 씨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은 신축 빌라를 노렸습니다. 주로 강서구, 양천구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똑같으니 집주인이 자기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세입자를 구해오는 건 부동산을 운영하던 조 씨가 담당했습니다. 세입자가 낸 보증금은 모두 빌라 매입금으로 사용됐습니다. 강 씨는 '무자본 갭 투기' 수법으로 자기 돈 한 푼 없이 빌라를 매입한 겁니다.

바지 사장 빌라왕 배후에 그가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강 씨가 사들인 빌라만 283채. 피해자는 수백 명에 달합니다. 이들 중에선 예비 신부와 웨딩 사진을 찍다가 전화 통보를 받은 사람도, 첫 아이 임신 상태에서 사기 피해를 전해 들은 사람도 있습니다.

SBS가 만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집주인 강 씨를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계약 당일 처음으로 얼굴을 봤는데, 말 한마디 없었다는 점만 기억합니다. 대신 공인중개사 조 씨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다고 합니다. 첫 연락, 이후 문의, 집 소개, 계약, 심지어 재계약까지 모든 걸 조 씨가 처리했단 걸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하죠.

피해자들은 조 씨가 '강 씨 집만 강하게 권했다'고 말합니다. 다른 집을 알아보려고 해도 강 씨 집이 더 좋다면서 계약을 유도했고, 심지어 대출을 더 받지 않고 담보도 더 잡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으면서까지 계약을 권유했다는 겁니다. 무리하게 강 씨 집을 권유한 셈이죠. 한 피해자는 조 씨가 아예 판을 깔아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A 씨/전세 사기 피해자
"(조○○ 씨가) 강○○ 씨랑 계약을 하시는 게 좋겠다고 계속 저한테 권유했어요.
강○○ 씨랑은 말을 나눠본 적이 없어요."

B 씨/전세 사기 피해자
"조○○ 씨가 다 계획한 것처럼 느껴졌고, 사실 저는 강○○ 씨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조○○ 씨가 아예 판을 깔아놨다고 생각을 해요.

강 씨는 바지 사장에 불과했고, 강 씨 뒤에는 공인중개사 조 씨가 있었습니다. 조 씨는 구매력 없는 강 씨를 앞세워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무자본 갭 투기'를 한 겁니다. 그러면서 주위에 자신을 '강서에서 제일 잘나가는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했습니다.

숨진 빌라왕 김 모 씨, 알고 보니 조 씨 밑에서 근무

조 씨가 강 씨 같은 바지 사장을 앞세워서 신축 빌라 전세 거래를 할 땐, 부동산 앞이 말 그대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조 씨는 자신 밑에 중개보조원을 여러 명 뒀습니다.


조 씨가 고용한 중개보조원 중에는 지난해 10월 숨진 '빌라왕' 김 모 씨도 있었습니다. 빌라 1,193채를 갖고 있다 숨진 그 '김 모 씨' 맞습니다. 김 씨는 자신을 희망부동산 김 과장 또는 김 대리라고 소개하면서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등에 전세 매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희망부동산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한 자영업자는 '숨진 빌라왕 김 씨가 희망부동산에서 보조원으로 일한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김 씨가 조 씨 밑에서 일하면서 전세 사기 수법을 그대로 베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일한 점을 노려서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신축 빌라를 사들이는 수법이죠. 실제로 조 씨는 자신이 고용한 중개보조원과 함께 이 수법으로 전세 사기를 벌였습니다. 현재 사기 혐의로 두 명 모두 불구속기소 돼서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Vuoi4JvTKo ]

조윤하 기자hah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