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제 겨우 下手에서 中手… 高手로 가는 관건은 개혁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2023. 1.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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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박근혜·문재인 취임 첫 8개월이 대통령에게 주는 지혜

● 최저점 찍고 반등한 4가지 이유
● ‘말실수’ ‘대통령 놀이’→‘국정 책임자’
● 선거제 개혁 내놓은 건 정무·정책팀 가동 뜻해
● ‘당 지지율과 비슷한’ 상태 도달
● ‘개혁에 대한 기대감’ 유무가 중요
● 朴·文이 준 교훈은 개혁과 통합의 정치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당시 모습.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낮은 지지율이었다. 민주화 이후에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없었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율이 높았으나 '광우병 소고기 파동'을 겪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다만 이는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한 경우다. 윤 대통령은 큰 사건이 없었음에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낮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9월 5주차에 바닥을 찍고 2023년 1월 1주차까지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한국갤럽 기준) 24%에서 37%로 상승했다. 무려 13%포인트가 올랐다. 최근의 저점은 2022년 10월 3주차로, 27%였다. 1월 1주차까지 11주 연속 지지율이 상승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왜 상승하는 것일까. 크게 4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尹 지지율 오른 4가지 이유

첫째,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대통령실은 2022년 11월 21일 도어스테핑 중단을 기자들에게 공식 통보했다.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정제되지 않은 실언이 보도되는 빈도가 줄었다. 정치를 오래 한 사람에게도 언론과의 직접적인 대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정치 초보다. '말실수'에 대한 보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서운하겠지만, 윤석열 정부 처지에서는 정무적으로 잘한 일이다.

둘째, 화물연대 파업 등을 비판하며 '진영의 결집'을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강경 대응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공격했다.

셋째, 3대 개혁론을 제시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발표했다. 타이밍도 좋았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공격 이후에 곧바로 발표됐다. 이 점이 특히 중요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취임 이후에도 내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낮았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보수 유권자도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뜻이다. 3대 개혁론은 보수 유권자에게 "윤석열 정부가 정책도 추진하는구나, 사회구조 개혁도 추진하는구나"라는 기대감을 제공했다.

넷째, 1월 2일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현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마땅한 공약이 없었다. 취임 6개월이 돼도 '뭘 하겠다'는 정부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언론을 장식하는 것은 대통령의 말실수와 김건희 여사의 행적과 관련한 구설이었다. 김 여사와 사적으로 아는 아무개가 국가 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김 여사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배우 누구와 영화감독 누구를 만나고, 김 여사가 외국에 가서 쇼핑을 했다는 둥의 이야기로 뉴스가 도배됐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비아냥거림은 많은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들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중요한 '국가적 정책 어젠다'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뭘 하려는 정부인지 알 수가 없었다.

①도어스테핑 중단 ②화물연대 파업을 매개로 하는 전선 긋기와 지지층 결집 ③3대 개혁론 제시 ④중대선거구제 개혁 필요성 제기는 모두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4가지 사건은 모두 대통령의 이미지를 변화하게 만들고 있다. 그걸 한 줄로 요약하면, '말실수, 윤석열'에서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 윤석열'로의 변신이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검사로 살았다. 선거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높다. 정치를 10~20년 이상 한 '선수'들도 선거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흔치 않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윤 대통령이 '선거제도를 잘 모르고' 주장했다는 점이 아니라, 외려 '선거제도를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정무팀과 정책팀이 가동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제기한 중대선거구제 개혁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국회 입법 사항이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비판적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어젠다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윤석열 정부에는 남는 장사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실제로 어디에서 올랐을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었던 2022년 9월 5주차와 2023년 1월 1주차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잘하고 있음)를 비교하면, 2022년 9월 5주차에는 24%, 2023년 1월 1주차에는 37%였다. 13%포인트가 상승했다.

이를 다시 △이념 성향별 △연령별 △지역별로 살펴보되, '전체 평균 13%포인트'보다 더 높게 상승한 것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표1> 참조)

첫째,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17%포인트)와 모름/무응답(+16%포인트)에서 지지율이 더 상승했다. 둘째, 연령별로 60대(+21%포인트), 70대 이상(+18%포인트)에서 지지율이 더 상승했다. 셋째, 지역별로는 서울(15%포인트), 대구/경북(+20%포인트), 부산/울산/경남(16%포인트)에서 지지율이 더 상승했다.

<표1>은 우리에게 3가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첫째, 지지율 상승을 주도한 쪽은 대체로 보수·고령층·영남이다. 둘째, '모름/무응답'의 지지율 상승폭도 평균을 넘는다. 무당층 성향인데, '보수에 가까운' 무당층이 새로 유입된 경우다. 셋째, 모든 이념·세대·지역에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高手였다

바둑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하수(下手)와 고수(高手)가 있다. 바둑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수와 고수의 개념을 빌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비교해 보자. 대통령 지지율이 더 낮으면 하수(下手), 비슷하면 중수(中手), 더 높으면 고수(高手)라고 표현하기로 하자. 윤 대통령은 어디쯤 해당할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2022년 9월 5주차 조사 당시의 수치는 24%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6%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을 기준으로 격차는 –12%포인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2023년 1월 1주차 조사 당시의 수치는 37%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5%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포인트 더 높다. 그러나 큰 차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기준으로 전임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간 격차가 어땠을까. 여기서 '같은 기간'이란, 취임 이후 8개월 4주차가 될 때를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가 8개월 4주차가 되는 시점은 2013년 11월 4주차였다. 문재인 정부가 8개월 4주차가 되는 시점은 2018년 1월 1주차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8개월 4주차 지지율은 53%였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은 43%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10%포인트 더 높았다. 같은 기간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이 72%였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48%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24%포인트 웃돌았다.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당 지지율보다' 낮은 상태에서 '당 지지율과 비슷한' 상태가 됐다. 비유하면, 하수(下手)에서 중수(中手)가 된 것이다. 둘째, 같은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보다 10%포인트 높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4%포인트 더 높았다. 비유하면 이들은 고수(高手)에 해당했다.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왜 낮았을까. 지금은 왜 오를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8개월이 될 때 왜 당 지지율보다 10~24%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을까.

개혁과 통합의 에너지

대선이 끝나고 당선자가 나오면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했던 사람들도 "이왕 당선된 것,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최소한 취임 이후 1년 정도는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보면 윤 대통령은 최근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복하고 있다. 완전히 정상 상태로 회복한 것인지는 더 지켜볼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지율이 높았던 또 다른 이유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은 현상은 논리적으로 보면 단순한 것이다. '집권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 성향과 상대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 일부가 지지하기 때문이다. 개혁과 통합의 정치가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집권 초반, 박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모두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표방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집권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진보 쪽 어젠다'였다. 보수 후보가 진보 쪽 어젠다로 당선된 경우다. 당선 이후에 김종인 씨와 같은 상징적 인물을 중용하지는 않았지만, △기초연금 상향 지급 △재벌개혁과 관련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개혁 △무상보육 △연말정산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하는 개혁 등의 정책을 집행했다. 온건한 버전이지만, 분명한 개혁 정책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이유도 개혁에 대한 기대감에서 기인한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탄핵 및 촛불 시위의 에너지로 당선됐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탄핵 직후였기에 적폐청산과 개혁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상승,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취임 초기 높은 지지율은 모두 하나의 결론을 말해 준다. 개혁과 통합의 정치를 하는 것, 그게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남은 기간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동아 2월호 표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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