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유재석도 앞지른 김민경의 질주
코미디언 김민경은 2022년 예능 방송인 브랜드평판 순위에서 ‘유느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첫 세계대회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국가대표’와 ‘희극인’을 오가는 그의 저력은 무엇일까.
하지만 19위든 51위든 무엇이 중요할까. 김민경은 첫 세계대회를 실격 없이 무사히 마쳤다. 최근 '희극인 김민경’으로서는 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022년 11월 3일부터 12월 3일까지 빅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2022년 12월 예능 방송인 브랜드평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해당 차트 전통의 강자인 '유느님’ 유재석을 2위로 밀어내고 차지한 순위. '대세 행보’의 정점을 찍고 있는 셈이다.
김민경이 사격에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우연과 운명의 연속이었다. 영화와도 같은 그 대서사시의 출발은 2020년 열린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 제작진은 5주년을 맞아 시청자들에게 '뚱4(김민경,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에게 바라는 점을 조사했고, '운동해서 더 건강하게 먹자’는 팬들의 애정 어린 요청이 1위에 뽑혔다.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웹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운동뚱’)의 시작이다. 모두가 기피할 것이 뻔한 '운동뚱’의 주인공을 뽑기 위해 제작진은 기자간담회 도중 깜짝 '쪼는 맛(복불복)’ 게임을 준비했다.
운명처럼 찾아온 운동의 시작
김민경의 도전은 타의에 의해 시작됐지만 '운동뚱’을 통해 발견한 김민경의 운동신경은 남달랐다. 처음 도전한 헬스트레이닝에서 다리 힘으로 300kg의 무게를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들어 올려 양치승 헬스트레이너를 놀라게 했다. 킥복싱은 배운 동작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습득하더니 하루 만에 복싱장 관장을 킥으로 날려버렸다. 격투기를 가르치던 김동현은 "이제라도 선수로 키우고 싶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유연성이 필요한 플라잉 요가, 필라테스까지 김민경의 운동신경에는 한계가 없었다.
선순환을 만들어낸 김민경
김민경의 도전이 거듭될수록, 여성의 운동을 그저 다이어트의 일환으로만 여기던 세간의 인식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운동은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한 노력이자 배울수록 즐거운 도전일 뿐 가늘고 탄탄한 몸매 만들기와는 무관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기준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김민경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그의 도전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줬고 김민경은 이를 통해 다시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을 얻었다. '운동뚱’ 초반 김민경이 날씬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필라테스에 도전한 뒤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언니 덕에 저도 필라테스 했어요"라는 시청자 반응에 보람을 느껴 '운동뚱’은 오늘에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여기에 더해 김민경은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다. 마흔에 '운동뚱’을 통해 처음 접한 사격으로 1년 만에 실용사격 국가대표가 돼 국제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김민경이 출전한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는 100여 개국에서 1600여 명이 참가하는 IPSC 레벨5 사격 대회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실용사격은 야외에서 코스를 따라 이동하며 표적에 명중시키는 종목으로, 소위 '올림픽 사격’으로 불리는 엘리트 체육은 아니다. 전투사격이나 실전 사격에 가까워 IPSC 대회에는 전현직 특수부대원도 자주 출전한다. 격투기·권투·사격 등에서 남다른 습득력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 '불백 위도우’라는 별명을 얻은 김민경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종목과 대회가 있나 싶을 정도다.
김민경의 IPSC 대회 출전은 '운동뚱’ 콘텐츠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김민경의 자세는 국가대표 그 자체였다. 최근 김민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민경장군’에서 "내 인생이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민경은 지난 1년간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세 번은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연습장에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연습장에서 사격 연습을 하며 대회와 레벨4 시험을 준비했다. 김민경이 출전한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는 레벨5 이상의 대회로 레벨4 이상의 자격이 있어야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경의 태극마크는 남다른 운동신경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한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셈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하면 우선 망설임부터 든다. 불혹의 나이에 자신의 재능을 우연히 발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국가대표라는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김민경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불어넣었다. 성적보다 값진 도전의 성과다.
개인 시간도 없이 '실용사격 국가대표’와 '희극인’의 스케줄을 바쁘게 오가던 김민경은 당분간 '희극인 김민경’에 집중할 계획이다. IPSC 대회를 마친 뒤에도 사격선수로서 도전을 이어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혹독한 스케줄을 견디며 한 고비를 넘은 만큼, 당분간은 여유를 가지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민경의 도전이 우리 사회에 불어넣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대로 남아 여러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이런 김민경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민경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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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뉴시스
사진출처 김민경인스타그램
김윤정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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