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 "경기 침체, 앞으로 3년 각오해야"
다주택자도 종부세 무력화? 정부는 나서지 말아야
부동산정책 시차 있어…투기는 보수정권부터 확산
집값 억제는 보유세 중과로…다른 규제는 단순화
경기호전 2~3년내 어려워…혁명적 전환점 안보여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재작년 말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시장. 지난해 여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죠. 하락세로 돌아선 것까진 좋았는데 이번에는 또 너무 급격히 떨어져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착륙을 할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을 할 수가 있어서 정부가 이번에는 집값 하락을 막느라 애쓰고 있는데요. 오를 땐 무섭게 오르고 떨어질 때는 또 무섭게 떨어지는 집값, 대체 왜 이러는 건지 그리고 지금의 정책 방향은 맞는 건지 오늘 만날 분은 경제학계의 원로이자 과거부터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쓴소리를 해온 분이세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만나보겠습니다. 이준구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준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최근에 책을 하나 내셨어요.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라는 제목의 책. 보니까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시대별로 쭉 평가하셨네요. 부동산 시장 이해하려면 이렇게 좀 길게 봐야 한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 이준구> 그렇죠.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대략 얼마나 길게 봐야 됩니까?
◆ 이준구> 길게 보자면 한 2~3년, 70년을 봐야 되겠지만 사실 이 책은 2006년에 쓴 글이 처음이에요. 2006년서부터 지금까지 한 17년가량을 제가 기록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네 정부에 걸쳐서의 부동산 정책을 쭉 다 평가하신 거예요. 그러면 현재의 부동산 상태부터 좀 진단을 해보죠. 부동산 문제를 오래 연구해 오신 분으로서 보시기에 지금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 하락기인 건 알겠는데 초입입니까, 피크입니까, 어디쯤인가요?
◆ 이준구> 그런데 이거는 말하기가 힘든 게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그러니까 지금 가만히 놔두면 집값이 상당한 폭으로 떨어지게 돼 있어요.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말기까지 너무 많이 올랐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정부가 지금 부동산 투기 억제 장치를 계속 풀어나가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준구> 핵심적인 것까지 지금 건드리고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 김현정> 핵심적인 거라면 어떤 거 말씀이실까요.
◆ 이준구> 예를 들면 종부세 중과라든지 그다음에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폐지한 것을 다시 부활시킨다든가 이 두 가지는 부동산 투기 억제 장치의 핵심인데 이거를 건드리면 때에 따라서 다시 투기가 불 붙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앞날의 전망이 무척 힘들어지죠.
◇ 김현정> 그냥 두면 뚝뚝뚝 떨어질 거 분명한데 정부가 지금 강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지금 하락기의 초입인지 아니면 다시 꺾어서 올라가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그 말씀이세요.
◆ 이준구> 그렇죠. 그렇죠.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 지금의 부동산 정책 얘기하기 전에 우선 그러면 거시적인 부동산 그래프를 한번 이준구 교수님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그래프라는 건 항상 우상향이다. 이건 맞는 말인가요?
◆ 이준구> 거의 맞죠. 거시적으로 보면 거의 맞아요. 그러니까 미시적으로는 하락기도 있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계속 상승해 왔어요. 제가 그걸 톱니 효과라고 불렀어요. 위쪽으로 올라가기만 하지 내려가지 않는다고 그래서. 제 책에 그림도 보여져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인구가 지금 계속 급격히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면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크게 봤을 때는 좀 하락될 수 있는 건 아닌가요?
◆ 이준구> 앞으로 그렇게 되겠죠.
◇ 김현정> 그럼 거시적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는 상승만 존재했던 게 사실인데 또 거시적으로 한참 뒤를 보면 하락으로 갈 수도 있다. 그 말씀이세요.
◆ 이준구> 하락으로 갈 수 있죠. 그런데 그 하락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에 따라서 경착륙이 될 수도 있고 연착륙이 될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좀 긴 장기적인 그래프로 봤을 때는.
◆ 이준구> 내려가요. 집값이 이미 너무 높은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어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이준구> 왜냐하면 보통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부동산 가치의 총합 대 GDP의 비율이 5.4 대 1이었거든요. 우리가 지금 약간 5 대 1 정도 돼요. 그거 상당히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 이미 올라왔다는 것이고 이거를 우리의 소득으로 지탱하기가 힘들 거라고 봐요, 저는.
◇ 김현정> 그렇다면 좀 좁혀서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잘 가고 있는지 좀 미시적으로.
◆ 이준구> 저는 전혀 잘 가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 김현정> 교수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전혀 잘 가고 있지 않다.
◆ 이준구> 그럼요, 너무 제가 강력하게 느끼는 거니까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요. 문재인 정부 5년 그동안 부동산 가격 심각하게 폭등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세계가 금리 인상기 들어가면서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또 무섭게 떨어지니까 경착륙 막기 위해서 정부가 이런저런 규제 푸는 거잖아요.
◆ 이준구> 지금 무섭게 떨어진다고 보지는 않아요.
◇ 김현정> 경착륙 경고 나오는 거 아닌가요?
◆ 이준구>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 김현정> 그렇게 보지 않으시는군요.
◆ 이준구> 지금 경착륙 운운하는 것은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거지 아직은 경착륙의 신호가 오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경감책, 이게 졸속 중에 졸속이다. 이렇게 강하게 비판하셨어요.
◆ 이준구> 그렇죠. 그렇죠.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부동산 중에서 가장 핵심이 바로 이거거든요. 그러니까 보유세를 무겁게 하면 부동산 투기가 힘들어져요. 그건 분명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못 사겠죠.
◆ 이준구> 예를 들면 3채 이상 가진 사람은 최고 6%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예를 들면 집을 100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채에, 예를 들면 적게 해도 1억씩 쳐서 100채라면 100억 원의 과세 표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준구> 그런 사람이면 6억 원을 내야 된단 말이죠, 매년.
◇ 김현정> 6억을.
◆ 이준구> 네, 매년 6억 원을 현금으로 내면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다주택 보유가 힘들어지는 거죠. 그런데 이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면서 그거를 이제 낮추겠다니까 다주택 보유가 훨씬 쉬워지는 거죠. 이제는.
◇ 김현정> 종부세를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다주택자가 아니라 1주택자, 그러니까 자기가 사는 실거주자한테까지도 굉장히 무겁게 물었다 해서 굉장히 원성도 높았고 실제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 이준구> 그렇죠. 그 부분은 저도 동감해요. 그런데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높였다기보다는 공시지가가 계속 현실의 시가하고 갭이 줄어들었으니까 예전에는 과세 대상이 안 돼 있던 1주택자가 이제는 과세 대상에 편입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이준구> 1주택자에 대해서 종부세를 더 무겁게 부과하는 것은 저도 반대예요.
◇ 김현정> 문제는 핵심은 다주택자다.
◆ 이준구> 그렇죠, 그렇죠.
◇ 김현정> 그들이 집을 내놓고 풀어야 집값이 안정이 된다. 그런 말씀이신데.
◆ 이준구>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지금 하는 걸 보면 1주택자의 문제를 들어서 종부세 전체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저는 불만인 거죠.
◇ 김현정> 아주, 아주 떨어지기 전에 막아야지 예방 효과가 있다. 이런 건 아니에요?
◆ 이준구> 그런 얘기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게 되면 조그마한 예를 들면 병의 징후가 있을 때 극약 처방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래서 다주택자한테까지 왜 종부세를 푸는지 이거 이해 안 간다고 하셨고 또 하나는 임대 사업자들에 대한 혜택을 다시 부활한 거 이거 이해 안 간다.
◆ 이준구> 그게 저는 핵심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지금 예를 들면 빌라왕 그런 문제들이 지금 사회 문제화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면 1000채를 어떻게 가지고 있겠습니까? 이건 임대사업자 등록증 때문에 가능한 거거든요. 예를 들면 1000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채에 1억씩 하면 1천억 원이고 세금을 6%를 종부세를 내게 되면 60억을 1년에 내야 되는데 그 60억을 내면서 버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김현정> 없죠.
◆ 이준구> 그런데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하에서 그 사람들에게는 임대된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전면 면제되니까, 한 푼도 내지 않으니까 그게 가능한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 이준구>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다시 재연시키는 거죠. 그런 일들을.
◇ 김현정> 그럼 교수님의 진단 하에는 지금 이렇게 풀었다가 임대 사업자도 풀고 다주택자들한테도 규제 풀었다가는 다시 문재인 정부 때처럼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세요?
◆ 이준구> 치솟는데 즉시 치솟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8년, 9년 동안 계속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지폈거든요. 그래도 바로 불붙지 않았거든요. 그게 문재인 정부에서 불붙거든요.
◇ 김현정> 부동산이라는 게 효과가 그렇게 오래 있다 나타나요?
◆ 이준구> 일반적으로 그렇게 길지 않아도 모든 정책에는 정책 시차라는 게 있어요.
◇ 김현정> 다주택자들한테 이렇게 풀고 임대사업자들한테 특혜 주고 해도 이게 불붙을 분위기는 아닌데.
◆ 이준구> 당분간은. 그런데 이제 이런 기조를 계속하다가 언제 확 불이 붙을 시점이 오면 문재인 정부 때 일이 또다시 반복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기조를 안정적인 기조로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 정부가 아니라 이다음 정부가 그러면 또.
◆ 이준구> 그럴 수도 있죠.
◇ 김현정> 부동산이라는 게 참 어려운 일이네요. 교수님이 오랫동안 경제학자로서 부동산 시장, 특히 우리 부동산 시장을 쭉 보시면서 지금에 맞는 그럼 처방전을 좀 써주신다면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 이준구> 그러니까 그거예요. 기본적으로 보유세를 상당히 무거운 수준에서 유지해서 다주택 소유를 어렵게 만들어야 돼요, 일단.
◇ 김현정> 여기서 중요한 건 실수요자, 살고 있는 집에 한해서 얘기하신 건 아니죠.
◆ 이준구> 그러니까 실소유자는 당연히.
◇ 김현정> 제외죠.
◆ 이준구> 자기가 원하는 데에서 살고 원하는 데로 이사 갈 수 있게 허용을 해야죠. 그러니까 양도소득세도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조금 가볍게 해줄 필요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 보수 정부의 입장은 다주택자야말로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공급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다주택자들한테 혜택을 줘서 임대주택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세입자들이 삶이 편해진다. 이런 논리거든요.
◇ 김현정> 그런 얘기 진짜 또 많이 해요. 맞아요. 그거 아니라고 보세요?
◆ 이준구> 아니죠.
◇ 김현정> 그럼 공급은 결국 누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세요?
◆ 이준구> 결국은 다주택자가 생겨요.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해도 다주택자는 생길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생각을 해 보세요. 우리나라의 주택이 지금 총 1000만 채가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최소한 한 채 이상 살 수 있는 사람이 800만 명이라고 한다면 200만 채가 임대주택으로 나오는 거거든요. 그렇죠? 그런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중과하면 이 사람들이 다주택 소유가 힘드니까 집을 팔려고 내놓을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겠죠.
◆ 이준구> 그럼 집값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그 싸진 집을 사게 되고 그 사람은 싸진 상태에서 샀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있어도 그건 감당할 만하다고 느껴요.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그거는 보상이 된다고 보니까. 그러니까 다주택자에게 준 거라도 어차피 다주택자의 숫자는 거의 그대로 유지돼요. 왜냐하면 집 살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한.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한다고 그래서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거기서 누릴 수 있는 좋은 효과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그런 효과는 거죠. 그래서 제가 다주택자들의 중과를 주장하는 거예요.
◇ 김현정>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들이 빌라를 짓든 아파트를 짓든 지어서 공급하게 하는 그거는 무리인 건가요?
◆ 이준구> 그건 좋아요. 그건 좋아요. 제가 미국에 살 때 보면 임대주택이 대부분 기업형이에요. 그거는 왜 좋으냐면 그거를 건축하면서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늘어나고 그다음에 기업에 대해서 일종의 규제를 하거든요. 규제를 해서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게 하고 그다음에 일단 거기 들어가면 임의로 나가라고 할 수가 없어요. 특별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 김현정> 그런 식으로 장치를 많이 해놓는군요.
◆ 이준구>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인이 하니까 내가 딴 사람한테 줄 테니까 너 나가라 할 수도 있고 너 지금 집값 임대료가 올라가니까 2억을 더 내라, 이렇게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임차인의 입장이 무슨 불안한 거죠.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들에게 보유세를 더 강하게 물려서 내놓게 해야 된다, 집을. 또 있습니까, 혹시 교수님?
◆ 이준구> 그거 아니에요. 저는 다른 규제들은 오히려 풀어가야 된다고 봐요. 그러니까 다른 규제들은 풀고 단순화해 가면서 보유세 중과라는 그러한 투기 억제 장치의 핵심은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 김현정> 다른 규제들, 예를 들면 투기과열지구라든지 또 주택대출 퍼센트라든지 이런 거 다 풀어도 돼요?
◆ 이준구> 풀어도 돼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만 계속 유지한다면 그건 풀어도 돼요.
◇ 김현정> 그렇군요. 단순화시켜라 막 복잡하게 이런저런 모든 규제 장치 다 놓지 말고 오히려 핵심적인 다주택자, 실소유자 말고 다주택자에 대해서 강화하라.
◆ 이준구> 네, 그거예요.
◇ 김현정> 처방전이 굉장히 심플한데요. 알겠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경기 회복이 시급한데요, 교수님. 올해 세계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 이준구> 전망이 어둡죠.
◇ 김현정> 어둡습니까?
◆ 이준구> 그러니까 갑자기 경기가 호전될 그런 호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 김현정> 언제까지로 이 침체의 늪을 보고 계세요?
◆ 이준구> 한 2~3년 사이에는 그런 전환점이 잘 보이지 않아요.
◇ 김현정> 앞으로 2~3년이요?
◆ 이준구> 네.
◇ 김현정> 그거는 왜 그렇습니까?
◆ 이준구> 경제가 지금 이런 시점에 와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2차 대전 후 1950년대, 60년대, 70년대가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렸거든요. 그러다가 80년대에 그게 인플레이션도 생기고 그다음에 실업도 심각해지고 그래서 반전이 됐고 그러다가 90년대에 다시 약간 미국 경기가 중심으로 보는데 미국 경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 번 또 폭삭 주저앉았고요. 그러다가 조금 회복이 되려고 그러니까 또 코로나가 생겼고요. 그러니까 지금 대세를 보면 대세 상승기가 아니에요. 지금은.
◇ 김현정> 지금 교수님은 큰 그래프를 보고 계시는 거군요. 큰 그래프가 꿈틀꿈틀거리는 걸 봤을 때 지금 시점은 이게 한 2~3년은 더 갈 침체다.
◆ 이준구> 그러니까 예를 들면 경제가 크게 가시적으로 활성화되려면 투자 붐이 일어나야 되는데 투자 붐이 일어나면 우선 기술 혁신을 통해서 투자할 대상들이 급격히 늘어야 되거든요.
◇ 김현정> 여기서 말하는 기술 혁신이라는 것은 아주 획기적인 기술 혁신 말씀하시는 거죠?
◆ 이준구> 그러니까 산업혁명에 준하는 그런 기술 혁신이 일어나야 되는데 그게 지금 잘 보이지 않거든요. 물론 바이오나 인터넷 혹은 컴퓨터 그쪽에는 로봇, 이런 데는 있지만 AI라는 건 있지만 그건 자잘한 혁신들이 모인 것이지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그런 기술적인 혁신은 아직은 보이지 않거든요.
◇ 김현정> 증기 기관차라든지.
◆ 이준구> 그런 거 전기나 이런 거에 해당.
◇ 김현정> 그렇죠. 전기, 그래서 공장이 돌아가고 가내수공업이 공장으로 바뀌고 이 정도의 혁신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
◆ 이준구> 그렇죠.
◇ 김현정> 혹시 우주 산업 이런 게, 아닌가요
◆ 이준구>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생각해요.
◇ 김현정> 그렇게 보세요?
◆ 이준구> 우주산업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거지 우리의 살아생전에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혜택 이런 것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 김현정> 이게 참 말씀을 듣고 나니까 이게 새해 벽두부터 좀 암울해지는데 교수님.
◆ 이준구> 그러니까 거기에 맞춰 살아야 돼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과거에 고도성장기에는 7%나 10%의 성장률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잖아요. 이제 그 시대는 지난 거죠.
◇ 김현정> 지난 겁니까? 알겠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뭡니까?
◆ 이준구> 저는 없다고 봐요, 미안하지만.
◇ 김현정> 교수님 없다고 하시면…
◆ 이준구> 저는 항상 제 주장은 정부는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지 괜히 갑자기 악셀을 밟듯이 그런 식으로 경제를 활성화를 위해서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고 봐요.
◇ 김현정>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
◆ 이준구> 무리수를 둬서 되는 게 아니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시장에 너무 개입하지 마라.
◆ 이준구> 그렇죠. 경제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은 없다는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 개개인은 이럴 때 그냥 소비 줄이고 이른바 짠테크 하는 것 밖에는.
◆ 이준구> 아니에요, 소비 줄이면 안 되죠.
◇ 김현정> 돈이 없는데 어떻게 써요.
◆ 이준구> 아니, 물론 돈이 없는데 쓸 돈이 없어서 벨트를 타이트하게 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케인즈가 뭐라고 얘기했냐면 우리는 지금 결핍의 시대가 아니라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 풍요의 시대에 맞는 심리 상태가 필요한데 과거 결핍의 시대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저축을 하려고 든다. 그것이 우리 자본주의 경제가 종종 불황에 빠지는 근본 원인이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국민들이 개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모두가 졸라매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쓸 수 있는 사람은 써야 되는군요.
◆ 이준구> 소비심리가 죽으면 안 되잖아요. 소비심리가 살아나야 되잖아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 이준구> 개인의 참인 것이 집단의 참은 아니에요.
◇ 김현정> 오늘 교수님의 이 전망을 쭉 듣고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기를 바라면서 교수님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언제 한번 스튜디오로 또 모시겠습니다.
◆ 이준구>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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