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리, 바이든에 “우크라에 美탱크 안보내면 우리도 못 보내”

독일이 슬로바키아에 수출한 레오파드1 탱크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레오파드2를 보내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고위 관리를 인용, 독일은 미국이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는 한 직접 레오파드2를 지원하거나 레오파드2를 운영하고 있는 주변국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햇다.

이는 전날 독일 매체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숄츠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단독 군사행위는 없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통화를 마쳤다고 SZ는 전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레오파드2 전차 공급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그는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협력국들과의 협의하에 지속적으로 대공방위시스템이나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체계, 자주포, 장갑차 등의 무기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독일의 대외안보정책에 있어 근본적인 시대전환의 일부”라고 말했다.

독일제 레오파드 2는 첨단 방어 체계와 120㎜ 포 등을 갖춘 중무장 전차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20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폴란드와 핀란드, 덴마크 등은 각각 자국이 보유한 이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위해선 개발 및 생산국인 독일의 재수출 승인이 필요하다. 독일의 한 고위 관료는 WSJ에 “독일이 직접 수출한 것인지 제3국이 보낸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숄츠 총리는 미국과 유럽이 모두 함께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야만 러시아가 NATO를 분열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dpa 통신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주력전차인 에이브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 분명히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날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에이브럼스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미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지원은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M1 에이브럼스를 보낼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최근 탄력을 받는 듯했던 서방의 탱크 지원 움직임이 미국과 독일의 떠넘기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오는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미국 주도로 열리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 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각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중점 논의할 전망이다. UDCG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 등 약 50개국의 협의체다.

로이터는 이번 탱크 지원 문제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신임 국방장관의 첫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임자가 자질 논란으로 전격 교체된 후 자리에 오른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20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처음 대면한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