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인허가 마친 루닛, 올해 중남미 시장 ‘진검승부’
연말께 GE·필립스 공급 통한 매출도 예상
15조원 규모 신흥시장..“수확철 본격 진입”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1세대 인공지능(AI) 의료 기업인 루닛(328130)이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다지기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나선다. 지난해 연말까지 중남기 주요국에 직접 진출하기 위한 인허가를 마친 데다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을 통한 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루닛은 페루에서 흉부 엑스레이 영상분석 솔루션인 ‘인사이트 CXR’ 및 유방촬영술 영상분석 솔루션 ‘MMG’의 페루 의료기기 인허가 등록을 마쳤다. 인사이트 CXR은 AI를 기반으로 폐결절과 폐경화, 기흉 등 10개의 흉부 질환을 97~99%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제품이다. 루닛 인사이트 MMG는 유방촬영술 영상을 통해 유방암이 있는지를 96%의 정확도로 검출하는 솔루션으로,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다.
루닛 관계자는 “최근 페루 정부가 보건 인프라 확대를 위해 병원 건설 프로젝트 발주를 늘리고 있다”며 “앞서 브라질 아인슈타인 병원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던 것처럼 이번 인허가로 페루 시장의 직접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2019년부터 중남미 의료기기 시장에서 도합 50% 이상을 차지하는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을 비롯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에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해 왔다. 이들 기업이 루닛의 솔루션이 탑재된 AI 의료기기를 출시하면 단숨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계약 체결이 1년 이상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본격적인 매출은 나지 않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솔루션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르면 연말께 (GE헬스케어 및 필립스를 통한) 시장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뿐 아니라 직접 영업도 진행하며 투 트랙으로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체결한 아인슈타인 병원과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도 루닛이 다른 헬스케어 기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진출한 사례다. 아인슈타인 병원은 6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 3곳과 10개의 위성 병원, 24개의 외래 진료센터를 운영하는 남미 최대 규모 병원으로 올해부터 브라질에서의 주요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국가별 인허가는 중남미 시장 공략을 수월케 하기 위한 선결과제다. 루닛은 지난해 12월 인허가를 마친 페루 외에도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5개국(칠레, 아르헨트나, 엘살바도르, 콜롬비아)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
루닛의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은 88%에 달한다. 규제나 제도 때문에 상업화가 쉽지 않은 국내 시장보다 북미, 중남미 등 해외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린 결과다. 지금까지 4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다만 해외 매출에 집중한 까닭에 매출 성장세는 가팔랐음에도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사업 특성상 초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높은 탓이다.
특히 중남미 진출은 전 세계 GDP의 6.5%, 인구의 8% 이상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을 선점할 기회라는 데 의미가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남미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122억달러(약 15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루닛이 타깃하는 진단영상기기 시장은 15~20%를 차지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인허가를 받으면 중남미에서 인허가를 취득하는 것이 용이해진다”며 “중남미는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가 낙후돼 있지만 최근 중산층이 늘고 있고 소비성향이 높아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2021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닛 인사이트 제품군을 허가받은 바 있다.
한편 루닛은 지난해 7월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내년 중 흑자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9억원, 영업손실은 370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누적액은 2021년(457억원)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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