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선수 학교 수업 50일까지 빠져도 된다··· 출석인정 허용일수 대폭 확대
초·중·고 학생선수들의 출석인정 결석 허용 일수가 올해부터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운동에만 매달리던 시절 발생했던 여러 병폐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재검토한 결과 2023년부터 학생선수 출석인정 결석 허용 일수(출석인정일수)를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한다고 19일 밝혔다. 출석인정일수는 지난해까지 초등학생 5일, 중학생 12일, 고등학생 25일이었다.
스포츠혁신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체육계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의 하나로 출범했다. 2019년 2월부터 1년간 스포츠 인권 보호와 선수육성 시스템 개선, 스포츠 공정문화 정착 등 52개 과제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학생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출석인정일수가 축소됐으며, 대한체육회가 학기 중 여는 주중대회가 주말대회로 전환됐다.
학업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운동에만 매달리는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대책이었으나,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 제도 때문에 선수들이 학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나왔다. 특히 골프, 테니스 등 주말에 대회를 열기 어렵거나 훈련시설이 멀리 있는 종목은 출석인정일수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2021년 기준 중학생 골프 선수 중 62.7%, 테니스 선수의 20.9%가 출석인정일수 이외에 결석·지각·조퇴를 했다. 17~19세 골프등록선수 중 방송통신고 등록생 비율이 2018년 135명에서 2022년 277명으로 크게 늘기도 했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 김나영이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하지 않고 실업팀에 입단한 사례도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학생선수 출석인정제 개선방안을 위한 정책연구와 의견청취 등을 거쳐 출석인정제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2025년까지 출석인정일수를 전체 수업일수의 3분의1인 63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올해와 내년 시행 결과를 평가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이전처럼 다시 학생선수들이 운동에만 내몰려 정상적인 수업을 받고 학교에 다닐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극소수의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중도에 운동을 그만두는 학생선수들이 다른 진로를 위한 기초 소양을 기를 기회, 체육인들이 학교에서 또래들과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선수 중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직업선수가 되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택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기본적 소양을 가진 사회적 구성원을 길러내는 학교 교육에서 ‘운동을 하는 학생’을 배제한다면 오히려 이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학생선수 e-school 플랫폼’의 콘텐츠를 확충하고 운영 대상을 초등학교 학생선수로 확대해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선수가 대회나 훈련 참가를 위해 교외 체험학습을 활용하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한 지각·조퇴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결관리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를 학부모가 대신 듣는 등 편법이 만연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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