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 2023시즌 개막전 한국선수 불참 유감
[골프한국] LPGA투어 올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버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19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6608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세계적 호텔 체인인 힐튼호텔이 후원한다. 2019년 창설된 이 대회는 LPGA투어 우승자와 미국의 스포츠 스타, 영화배우, 방송인 등 각계의 '셀럽'들이 출전한다. 선수들은 스트로크 방식으로, 셀럽들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셀럽들에 적용되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더블보기 0점, 보기 1점, 파 2점, 버디 3점, 이글 5점, 홀인원 8점, 알바트로스 10점을 배정,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
LPGA투어 우승자들과 미국의 셀럽들이 출전하는 시즌 개막전이라 LPGA투어의 잔치처럼 치러져 왔다. 갤러리들이 몰리고 붐비고 시청률도 높다.
이런 LPGA투어 잔치에 한국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이상하다.
26명이 참가한 첫 대회에서는 한국선수 6명이 출전, 지은희가 우승하고 이미림이 단독 2위에 올랐다. 26명이 출전한 2020년 대회에서는 한국선수 6명이 참가해 박인비가 공동 2위, 허미정 공동 4위, 김세영이 공동 7위를 차지했다. 2021년 대회에는 한국선수 3명이 출전해 전인지가 4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회에선 4명이 출전해 박인비가 공동 8위에 들었다.
올해 대회에는 최근 우승 경험이 있는 29명의 선수와 셀럽 및 아마추어 53명이 참가한다. 다니엘 강이 타이틀 방어에 나서고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다, 브룩 헨더슨, 하타오카 나사, 후루에 아야카, 아리야 주타누간, 모리야 주타누간, 파자리 아난나루칸, 리오나 매과이어, 셀린 부티에 등이 출전한다.
LPGA는 CME 포인트 상위 80위 안에 드는 선수들은 4년에 한 번은 참가자격이 있는 대회에서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이 아니더라도 매년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 새해 첫 잔치에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만 해도 LPGA투어에서 고진영, 김효주, 지은희, 전인지가 우승해 적어도 이들 중 몇 명은 참가해야 옳다.
LPGA투어 규정을 적용하면 고진영과 호주교포 이민지는 이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LPGA투어가 두 선수에게 각각 2만5,000달러(약 3,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4년에 한 번은 참가자격이 있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데 따른 벌칙이다.
출전 자격이 있는 우리 선수들이 이 대회에 선뜻 나서지 않은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이 대회가 끝난 뒤 두 번째 대회는 한 달 뒤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다. 싱가포르에서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중국 하이난에서 블루 베이 LPGA 대회가 이어진다. 우리 선수들로서는 설 시즌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전지훈련에도 차질이 생긴다. 동남아지역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3개 대회에 참가하는 게 이상적이다.
고진영의 경우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지난해 다친 손목 부상에서 완전 회복되지 않아 참가를 포기했다. LPGA투어 시즌이 끝난 뒤 호주여자오픈에 참가하는 등 12월까지 경기에 나선 이민지는 플로리다까지 날아가는 것이 큰 부담이다.
물론 불참에 따른 소명 기회가 있어 부상 등 불가피한 사유로 참가하지 못하면 벌금을 면제해주는 단서 조항에 따라 벌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고진영은 손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의사 소견서를 포함한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대회 참가 여부는 선수 개인이 결정할 사항이긴 하다. 그러나 LPGA투어가 우리 선수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와 무대가 되어온 것을 생각하면 LPGA투어 새해 잔치에 한국선수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부끄럽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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