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 대사 불러 윤 대통령 '적국' 발언 항의

박종원 2023. 1.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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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관련 발언을 놓고 이란 주재 한국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은 한국에 묶인 이란 자금 역시 지적하며 한국과 관계 재검토를 암시했고 윤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재 한국과 이란의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외무부에 의하면 이날 윤 대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과 UAE 또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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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부,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 초치
윤 대통령의 UAE 방문 당시 이란 관련 발언에 항의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도 언급하며 관계 재검토 강조
윤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까지도 해명 요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주둔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란 정부가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관련 발언을 놓고 이란 주재 한국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은 한국에 묶인 이란 자금 역시 지적하며 한국과 관계 재검토를 암시했고 윤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에 대해서도 물었다.

관영 IRNA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날 윤강현 한국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윤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달 15일 UAE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분이 왜 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UAE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두 나라는 서로 여러 가지 군사적인 협력을 하고 많은 군사적 정보,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는 이웃한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외교 노선을 걷고 있다. 동시에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마주하며 긴장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에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했으며 이란 국민들은 이에 항의해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다. 사우디는 이에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으며 UAE는 사우디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이란과 외교관계를 기존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다. 그러나 UAE는 지난해 8월 이란과의 대사급 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재 한국과 이란의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나자피는 이외에도 한국에 묶여있는 이란의 석유 자금을 언급했다. 한국에 석유를 수출했던 이란은 미국이 지난 2018년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에 있던 석유 대금 70억달러(약 8조6730억원)를 가져가지 못했다. 이란 외무부는 지난해 6월에도 윤석열 정부를 언급하고 "우리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결 자금 문제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자피는 한국 정부가 이란에 비우호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2021년에도 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한국 화물선을 나포했다.

아울러 나자피는 윤 대통령의 핵무기 발언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나자피는 해당 발언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이란 외무부에 의하면 이날 윤 대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과 UAE 또는 한국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도 외교부 본부를 중심으로 이란 측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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