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韓대사 초치·관계 재검토 언급하며 항의했었다…외교문제로 확산
尹대통령 ‘자체 핵보유’ 언급에 대한 NPT 위반 해명 요구
“UAE 적은 이란” 발언 파장…“장병 격려” 해명 충분한가
이명박 정부 체결한 韓-UAE 군사비밀협정 재논란 우려도
임종석 전 UAE 대통령특사 “말로 대충 얼버무릴 사안 아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한국대사를 초치해 이란 자금 동결 문제를 꺼내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순방 일정 중 발생한 사안인데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대통령실이 직접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이후 윤강현 한국대사를 만나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우려했던 대로 이란은 민감한 양국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나자피 차관은 이란 자금 동결 등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를 언급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으로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우리나라 은행에 개설돼있는 계좌의 70억 달러(약 8조3800억원) 가량의 원유 수출 대금이 원화로 동결돼있다.
또한 이란측은 윤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며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지난 17일 우리 외교부는 서울과 테헤란 양측의 외교채널을 통해 이란측에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며 “이란도 우리의 발언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 공동의 노력과 협업을 통해 지역 안정과 안보,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이 지역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발전, 특히 이란의 두 번째 경제 교역 상대국인 UAE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가 추후에 “주한이란대사관과 한국 외교부는 그간 소통해왔으며 이러한 외교적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발언의 장소와 맥락으로 볼 때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자칫 UAE에 주둔하는 우리 군이 ‘UAE의 적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고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SNS에 “결코 말로 대충 얼버무릴 사안이 아님을 인지하고 물밑 외교에 최선을 다해주길 충심으로 바란다”며 “국회에도 신속히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을 보내 여야 모두에게 성의 있는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는 대신, 유사시에 한국이 UAE에 군사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비밀군사협정을 맺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임 전 실장은 대통령 특사로 UAE에 파견돼 관련 사안을 수습하기 위해 논의했다. 현재까지 이 협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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