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 “한동안은 코트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아직 테니스가 좋다” 재기 의지
엉덩이 부상으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총상금 7650만호주달러·약 662억6000만원)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고백했다.
대회 1번 시드를 받은 나달은 지난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매켄지 맥도널드(65위·미국)에게 0-3(4-6 4-6 5-7)으로 졌다. 나달은 경기 전부터 오른쪽 엉덩이 근육 쪽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세트 플레이 도중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했다. 치료를 받은 뒤에도 정상적인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2·3세트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했다. 나달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나달은 경기 뒤 “백핸드를 제대로 칠 수 없었고, 공을 따라갈 수도 없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 기권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달은 ‘멘털’적인 면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장 따르고 싶어하는 롤모델이다.
하지만 부상과 슬럼프가 길어지는 상황에 대해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며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한동안은 코트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나달은 지난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현재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2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후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에는 왼발 가운데 일부 뼈가 혈액 공급 부족으로 괴사하며 발바닥 관절이 변형되는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뛰었음이 알려졌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음에도 윔블던 준결승에서 복근 부상으로 기권했다. 시즌 후반기 대부분을 결장한 가운데 US오픈에 출전해 16강에 올랐지만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US오픈 16강 탈락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전까지 최근 공식 경기에서 1승6패로 부진했다.
‘라이벌’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부상으로 지난해 은퇴하면서 30대 후반의 나이에 경기력이 뚝 떨어진 나달이 언제 커리어를 마감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나달은 일단 재기하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나달은 “테니스 선수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은 테니스를 치는게 좋다.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희생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에 이어질 클레이코트 시즌은 나달이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였던 무대라는 점에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달은 “내 커리어의 많은 부분을 회복하는 과정에 썼다. 부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테니스 경력에서 그런 부분을 꽤 잘 받아들이고 관리했다”고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은 힘든 시기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다양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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