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캐스팅한 설경구, 이하늬 격투신→공회당 연설신이 증명했다[TEN피플]

최지예 2023. 1.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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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고 더 돋보여야 하니까 저는 기능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배우 설경구는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유령' 주연 배우들 중 가장 앞에 내걸린 이름 석자 설경구인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여성 서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이라 표현한 것에 눈길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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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유령' 속 무라야마 쥰지 役
이하늬와 맨몸 격투신-공회당 연설신에서 대체불가 입증
이해영 "기능 아닌 코어 역할, 두 손들고 무릎 꿇어 캐스팅"

[텐아시아=최지예 기자]

영화 '유령' /사진 = CJ E&N-더 램프(주)

"'유령'은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고 더 돋보여야 하니까 저는 기능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배우 설경구는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유령' 주연 배우들 중 가장 앞에 내걸린 이름 석자 설경구인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여성 서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기능적인 역할'이라 표현한 것에 눈길이 쏠렸다. 

'유령'에서 설경구가 맡은 역할을 무라야마 쥰지.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조선인인 덕에 양쪽 언어에 모두 능할뿐더러, 조선 사정에 능통해 주목 받던 엘리트 군인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가 조선인이라는 혈통적인 이유로 총독부 통신과로 좌천됐다. 본래 자리였던 경무국으로 복귀하기 위해 누구보다 빨리 '유령'을 색출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영화 '유령' /사진 = CJ E&N-더 램프(주)

사실 전체 영화를 두고 보면 '유령'은 여성적 서사가 중심이 되는 영화가 맞다. 다만, 이 안에서 설경구의 역할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영화에서 쥰지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의 반대편에 서 있다. 쥰지는 극 중에서 "내가 유령이야"라는 말도 하는데, 태생의 특수성도그렇고 어쩐지 의뭉스러운 처세에 '쥰지가 유령인가?' 하는 생각을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속 설경구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쥰지의 신은 박차경(이하늬 분)과의 맨몸 격투신과 공회당 연설신, 총 2신을 꼽을 수 있다. 

쥰지는 박차경과 맨몸 싸움을 하는데, 휘몰아치는 액션신을 소화하면서도 '박차경이 유령인가'란 생각으로 끊임없이 시험하고 의심하는 감정선이 읽힌다. 남성과 여성 캐릭터의 대결이고, 체급 차도 적지 않게 나는 싸움. 쥰지는 만만치 않게 달려드는 박차경을 상대하면서도 그가 유령일 가능성을 가늠하는 듯 보였다. 누구보다 유령을 잡기 원하는 쥰지의 심리가 잘 드러난 신이기도 했다. 

설경구는 육탄전에 집중된 이 신에서 찰라의 표정도 묘하게 표현하면서 고도의 심리 연기를 얹어 연기해 더욱 풍성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영화 '유령' /사진 = CJ E&N-더 램프(주)

공회당 연설신은 설경구가 전면에서 오롯이 끌고 갔다. 이 때 카메라 앵글은 쥰지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잡는데, 이 신에서 쥰지의 얼굴은 조선을 발아래 두고 군림하려는 일본의 제국주의 그 자체였다. 쥰지는 조선인들을 향해 '존재하지도 않은 조선을 어떻게 지키려 하는 거냐'며 악랄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간다. 차갑고 냉철한, 쥰지의 얼굴은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설경구는 쥰지의 얼굴을 통해 제 몸 안에 흐르고 있는 조선의 피를 증오하고, 자신을 경멸하는 감정까지 담아내며 소름 끼치게 연기했다. 

'유령'의 이해영 감독은 배우들을 섭외에서 설경구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경구가 자신의 롤에 대해 '기능적'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반박했다. 이 감독은 "설경구의 역할은 결코 기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와 축을 담당하고 계신다. 캐릭터로 봐도 코어 역할이다"라며 "그렇게 말씀하신 건 귀여운 애교 같은 느낌으로 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하늬가 출발선이라면 설경구는 결승선이다. 설경구가 해결되어야만 비로서 해결된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이하늬는 초고를 주고 캐스팅 수락을 받았지만, 설경구는 초고를 고치고, 고치고, 고쳐서 완전 빛내고 광내서 두 손 들고 무릎 꿇고 빌어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유령'의 코어에 설경구가 있다. 단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영 감독이 밝혔듯 '유령' 속 설경구는 기능적인 역할이 아닌 '코어'로서 핵심적인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줬다. 

'유령'은 18일 개봉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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