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은 왜 ‘탈레반 납치’ 실화를 다뤘나[스경연예연구소]

이다원 기자 2023. 1. 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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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왜 ‘샘물교회 피랍사건’이란 실화의 외피까지 떠안았을까.

“제가 이 작품 연출 제안을 받고 관심을 가졌던 건, 23명이 납치됐는데 교섭해야하는 상대가 아프가니스탄이란 미지의 상대, 생면부지의 테러집단이라는 점이었어요. 생명을 살려야하는 외교부 직원, 국정원 요원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주제로 실화를 비껴간다면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해외에서 이렇게 많은 수가 납치된 적도 없었고요. 그래서 크게 변화를 줄 순 없었어요.”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과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과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메가폰을 쥔 임순례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교섭’에 관한 여러 질문에 상세하게 답했다.

영화 ‘교섭’ 한 장면.



[다음은 임순례 감독과 일문일답]

Q. 민감한 소재가 담긴 영화 연출을 담당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그래서 처음 이 영화를 제안받았을 때 어떻게 만들어도 논쟁이 될 것 같아서 거절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시나리오가 나와보니, 한국영화에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제되는 부분 이외에, 아프간, 탈레반이란 집단을 시각화한 걸 그간 국내영화에선 본 적 없잖아요. 조금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보면 이건 신념에 관한 이야기에요. 기독교적인 신념에 의해 선교를 하러 간 집단과 자신의 신념 하에 인질을 억류하는 탈레반, 그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지점이 흥미로웠고, 어떤 국민까지 국가가 책임져야하는가란 질문도 던져보고 싶었어요.

Q.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1년만에 황정민과 재회했는데요, 소감이 어땠나요?

A. 황정민이나 제가 다정하게 얘기하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그래서 서로에 대한 소감을 기자간담회에서나 확인했죠. 하하. 황정민이 이 영화를 하게 된 건 자신의 영화 첫 출발을 하게 해준 감사, 초보 때 모습이 아니라 ‘나 이만큼 성장했고 발전했어요’라는 걸 감독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황정민은 20년 새에 30편 넘은 영화를 찍은 베테랑이 됐거든요. 황정민이 하드보일드한 영화를 많이 찍은 덕분에 자살폭탄 신 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또한 영화 투자금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고 현장에 대한 집중력도 강해요. 그의 집중하는 에너지가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에게도 큰 가이드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많이 달라졌고 고마웠어요.



Q. 극 중 대식의 회상신에서 현빈의 외모에 다들 놀라는 반응이었는데요?

A. 저도 그런 반응에 놀랐어요. 다들 노림수 아니냐고 하던데, 전혀 아니었거든요. ‘대식’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과거 장면이라 차별화를 주기 위해 수염을 없애고 슈트를 입힌 건데 그런 뜨거운 반응이 올 줄 몰랐어요. 하하.

Q.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등 여러 작품에서 임순례 감독이 끌리는 이야기가 뭘까 궁금했어요.

A. 인간이 중심이 되는 소재나 이야기에 끌려요. 인간들 중에서도 아웃사이더들, 사회에서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에 특히요. 어둡고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고 손길을 내밀어주는 연대와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게 아닌가란 얘길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제 작품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메시지 아닐까 싶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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