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홍명보 감독이 불지핀 전북 아마노…'현대家 더비' 초대박 예약
K리그의 라이벌 현대가(家) 두 팀이 새해 시작부터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32·전북 현대)로 설전을 벌였다.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은 지난 시즌 함께한 아마노가 전북으로 이적한 것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11일 최악, 돈, 거짓말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아마노를 비난했다.
아마노도 12일 전북의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울산의 행태를 지적하며 홍 감독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울산이 재계약 의사가 없었고 전북이 영입에 나서자 뒤늦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감독은 16일 울산의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아마노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울산은 인터뷰 중 아마노 이적 관련 팩트체크 브리핑 자료까지 공개했다.
아마노 이야기로 가득했던 전북과 울산의 동계 미디어 캠프. 덕분에 K리그1도 2월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껏 조명을 받았다.
■ 日 선수 희비 교차…울산 아마노의 활약과 전북 쿠니모토의 이탈
울산과 전북이 밝힌 내용만 따져보면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은 지난 시즌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임대 영입한 아마노와 함께 시즌 초반부터 리그 선두를 놓치지 않고 17년 만의 우승 도전에 순항 중이었다.
리그 6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선두 울산을 승점 5차로 따라갔지만 핵심 미드필더인 쿠니모토(일본)가 음주 운전으로 팀에서 하차했다.
7월, 울산은 아마노의 에이전트를 통해 2023시즌 계약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구단과 아마노는 연봉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울산과 계약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파악한 전북은 아마노 영입에 나섰다. 아시아 쿼터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쿠니모토를 대체할 적임자로 아마노를 검토했다.
■ 진심 없었던 울산, 적극적이던 전북, 그리고 구두 약속
울산과 협상은 멈췄고 전북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자 아마노의 마음도 움직였다. 아마노는 울산은 계약 의사가 없었고 전북은 진심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작년 여름부터 울산 측에 저도 남고 싶다고 의사 밝혔고 홍 감독님도, (이케다 세이코) 일본인 코치도 있어서 소통했었다. 에이전트도 울산에 계약 연장 협상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구단 측에서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자리를 만들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전북이 영입 제안에 나서자 이를 인지한 울산도 뒤늦게 아마노와 협상 자리를 만들었다. 울산은 지난해 10월 26일 홍 감독과 조광수 코치와 면담, 27일 구단과 아마노 선수가 최종 미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울산이 아마노의 원 소속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에 임대 제안서를 전달한 것은 31일이다.
울산은 구두로 아마노가 '울산에 남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종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홍 감독도 이에 격분했다.
아마노는 "전북에서 정식 제안을 한 뒤 하루 뒤, 울산에서 홍 감독과 미팅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 제안을 듣고 나서 미팅을 요청한 것 자체가 저를 전북에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마노는 "전북은 이미 시즌 종료 전 원 소속팀인 요코하마와 임대 조정을 끝냈다"고 덧붙였다.
■ 비난에도 차분한 아마노, 아쉬움 남았던 홍명보 감독
아마노는 홍 감독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어려운 부분이다"며 곤혹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는 "홍 감독님은 저를 K리그에 데려온 분이고 17년 만에 우승을 이끈 전우이자 은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을 통해 발언한 것은 조금은 충격이었고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런 문제가 일어난 건 사실이기 때문에 그걸 올해 전북에서 결과로 증명하는 게 답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홍 감독은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그는 "(아마노 이적 관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 생각을 밝혔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질문을 하자 홍 감독은 경직된 표정으로 "이후 (구단에) 이야기를 들으세요"라며 말을 아꼈다.
아마노를 비난한 것이 인신공격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아마노에 대한 애정이 컸던 만큼 충격도 많은 듯했다.
"저는 일본에서 5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고 일본에 많은 친구들도 있고 경험도 있고 제가 존경하는 지도자도 일본에 있다. 저는 아마노를 인신공격하지 않았다. 저는 아마노에게 뭐. 그런 생각은 했다. 제가 일본에 갔을 때 정말 존경하는 감독 한 분 있었는데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진 않았지만…"
홍 감독은 말을 하면서도 머리를 긁적였다.
■ 대박난 K리그1 공식 개막전, '현대가+아마노+이동준 더비'
운명의 장난처럼 2023시즌 K리그1 개막전은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 더비다. 두 팀은 다음 달 25일 오후 2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라운드 공식 개막전으로 격돌한다.
울산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FA컵 우승팀 자격이다. 1라운드 첫 경기부터 '아마노 더비'가 성사된 울산과 전북은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 독일 헤르타 베를린 이적 후 전북으로 향한 이동준까지 있어 '이동준 더비'도 추가됐다.
울산은 아마노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번 시즌 울산의 주장을 맡은 정승현은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현은 "별 다른 의미는 없었고 전북에 갔기 때문에 아마노에게 말한 게 아니라 전북 선수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고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북 선수들도 동료가 된 아마노 보호에 나선다. 전북 홍정호는 "우리 선수다"며 아마노를 응원했다. 그는 "오히려 아마노나 이동준이 원정 가서 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면서 개막전 현대가 더비 승리를 기원했다.
완주·울산=CBS노컷뉴스 박기묵 기자 ace091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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