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리버풀 공동 매물로. 매각 적기? 부채 부담? 아니면 오일머니와 싸움 열세?

김세훈 기자 2023. 1. 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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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리버풀 로고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양대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동시에 시장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두 곳 구단주는 모두 미국인이다. 해외 언론들은 “이들 구단을 사들인 미국 자본이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는 중동 자본과의 경쟁에서 밀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를 설립한 영국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는 지난 17일 맨유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현재 맨유 구단주는 프리미엄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미국 글레이저 가문이다.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해 11월 “신규 투자와 매각, 구단과 관련한 다른 형태 거래를 모두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왜 매각하려 할까. 단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중된 부채 때문이다. 현재 맨유 부채는 6억 파운드(9140억원)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금이 구단을 매각할 적기로 보고 있다. 글레이저 가문은 2006년 맨유를 14억 달러(1조7332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맨유 가치는 50억 파운드(7조6193억원)로 4.4배 높아졌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재정 상태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다. 게다가 프리미어리그로 러시아, 중국에 이어 동남아, 중동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다. 에버턴(이란), 레스터시티(태국), 뉴캐슬(사우디아라비아), 맨체스터시티(아랍에미리트), 울버햄프턴(중국)은 중동 또는 아시아 구단주가 구단 지분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보유한 팀들이다. 프랑스리그 명문 파리 생제르맹 구단주도 카타르 투자회사다. 맨유 리그 순위도 4위(12승2무4패)로 유럽챔피언스리그행이 가시권이다. 최근 몇년 동안 부진에서 다소 탈출하는 분위기다.

글레이저 가문은 강력한 ‘팬심’ 때문에 맨유 운영에 제한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맨유는 구단주보다는 사실상 절대 다수 열혈팬들에 의해 주요 안건이 결정되는 구단이다. 돈과 경영권을 앞세워 구단을 운영하고 연고지까지 마음대로 옮기는 미국 경영진으로서는 수긍하기 힘든 의식 차다. BBC는 “전임 맨유 구단주가 구단을 미국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비판한 맨유 팬들이 지금은 글레이저 가문이 구단에 투자하지 않고 돈을 빼고 있다고 불평한다”며 “맨유 팬들은 어떤 구단주가 와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버풀도 지난해 말 맨유와 함께 매물로 나왔다. 리버풀 구단주는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를 보유한 펜웨이스포츠그룹이다. 리버풀 시장가는 33억 파운드(5조317억원)로 12년 전 팬웨이그룹이 리버풀 인수에 투자한 3억 파운드(4574억원)에 비하면 11배로 커졌다. 리버풀은 지난해 유럽각국 명문 구단들이 창립을 추진한 유럽슈퍼리그에 맨유와 함께 속했다. 그런데 슈퍼리그 창설이 유럽 전역에 걸친 반대에 부딪히면서 무산됐고 슈퍼리그를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려한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미국 CNBC는 “두 구단은 최근 쌓인 적자, 지갑이 두둑한 라이벌 구단과 경쟁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며 “구단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다른 빅클럽들과 경쟁하기 위해 지분 분할을 통한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첼시는 전 구단주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지목받으며 영국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끝에 지난해 3월 매각을 발표했고, 미국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 공동 구단주를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 참가자 4곳이 공동 구단주가 됐다. BBC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정부가 국제 축구계에 투입된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중국은 맨유 인수전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이사는 “엄청난 규모로 중동 자본이 유입되는 게 기존 구단주들에게는 구단을 비싸게 팔 기회인 동시에 막강한 자금력과 싸워야 하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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