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따라했는데 왜 페북은 지고 틱톡만 뜰까
서로를 닮아가는 SNS 플랫폼
페북은 쇼트폼 서비스 도입하고
틱톡은 영상 길이 10분으로 늘려
하지만 페북 이용자는 줄기만 해
결국 MZ 잡는 게 관건일까
SNS 플랫폼이 닮아가고 있다. SNS들이 상호간 벤치마킹을 거듭하면서다. '따라하기' 경쟁은 2016년 9월 중국 앱 틱톡(Tiktok)이 등장하면서 불붙었다. 틱톡은 중국 내에서 '더우인'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모았다.
글로벌 론칭 후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월활성사용자(한달에 1번 이상 접속한 이용자 수·MAU)가 5500만명(2018년)에서 10억명(2021년 9월)으로 3년 새 껑충 뛰어오를 정도였다. 이제 틱톡은 업계 1위인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유튜브·왓츠앱·인스타그램·위챗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인기 있는 SNS가 됐다(표❶).
틱톡의 성공 비결은 15~60초 길이의 쇼트폼(short form) 동영상이다. 길이가 짧은 탓에 이용자들은 단순하고 흥미 위주인 콘텐츠를 올렸는데, 여기에 10대 이용자가 열광하며 세계적인 흥행 반열에 올랐다. 그러자 경쟁사들도 앞다퉈 틱톡의 쇼트폼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인스타그램은 3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릴스(Reels)'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1년 9월엔 '형제 앱'인 페이스북도 이를 도입했다.
같은해 12월 유튜브 역시 '쇼츠(Shorts)'를 선보이며 이 행렬에 가담했는데, 한술 더 떠 길이가 5초만 돼도 쇼츠로 분류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표❷).[※참고: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는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합병(M&A)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릴스를 함께 쓸 수 있는 이유다.]
틱톡도 경쟁사를 벤치마킹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21년 7월 동영상 길이 제한을 60초에서 3분으로 늘렸고, 지난해 3월엔 10분으로 3.3배 더 늘렸다. 이렇게만 보면 틱톡이 경쟁사들을 따라하느라 쇼트폼의 강점을 스스로 저버린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틱톡 관계자는 "최근 틱톡 이용자들이 춤·노래뿐만 아니라 요리·메이크업·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면서 "콘텐츠를 동영상에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영상 길이를 늘린 이유를 설명했다(표❸). 콘텐츠 폭을 넓혀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셈이다.
주목할 건 '벤치마킹 경쟁' 속에서 틱톡은 성장세를 거듭하는 반면, 페이스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이용자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2분기엔 MAU가 29억3400만명을 기록하며 1분기 대비 200만명이나 빠졌다(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3분기에 29억5800만명을 기록해 분기 연속 하락세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2분기 성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2003년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분기 MAU가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다(표❹).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시그널이 흘러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페이스북 MAU는 1109만6919명으로 2년 전(1487만910명·2020년 5월) 대비 25.3% 감소했다. 업계에서 "페이스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반면 틱톡 MAU는 같은 기간 363만5157명에서 412만6951명으로 13.5% 증가했다.
똑같이 쇼트폼을 도입했는데 틱톡만 성장하고, 페이스북은 주춤하는 이유는 뭘까.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틱톡이 10대 이용자층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0대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친구들이 틱톡을 쓰면 자기도 틱톡을 써야 한다. 그래서 다른 앱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적다.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해도 틱톡이 계속 성장하는 건 또래문화 덕분일 수 있다."
이 교수가 언급했듯 틱톡과 페이스북의 희비는 10대 이용자에서 갈린다. 국내 알파세대(2010년 초~202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설치한 앱 순위에서 틱톡이 4위를 기록한 반면, 페이스북은 13위에 그쳤다(다이티데이터마켓).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틱톡이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이 당시의 '대세 SNS'였던 '마이스페이스'를 뛰어넘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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