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AI에 농락당하는 미 대학…한국도 시간문제

남승모 기자 2023. 1. 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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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AI가 사람들의 일을 어디까지 대체하게 될까요? AI가 우리 삶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란 점에 이견이 없지만 반면, AI가 인류 파멸을 가져올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나 TV에서 실행할 수 있는 생활 기능부터 군사 무기에 장착된 특수 기능까지 다양합니다. 이제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돼 온 학문 영역에까지 파고 들고 있습니다.
 

ChatGPT…미 대학 교육 현장을 흔들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 연구소 'OpenAI'는 미국 현지시각 지난해 11월 30일 대화형 인공지능 '챗(Chat)GPT'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용 프리뷰 버전이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회장 등이 지난 2015년 말 설립한 비영리 회사로, 인류에게 도움이 될 '디지털 지능' 개발을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프리뷰 버전 발표 불과 한 달 만에 이 AI에 대한 부작용이 기사화됐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워싱턴포스트는 챗GPT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 때문에 미국 교수들이 큰 고민에 빠졌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에서 한 대학생은 두 번이나 챗GPT로 숙제를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컴퓨터공학 관련 용어를 정의하라는 문제를 입력하자 AI가 거의 바로 답을 제시했고 그 답을 그대로 써 학교에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컴퓨터 코드를 어떻게 쓸지 몰라 AI에게 물었는데 이번에도 AI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어줬다고 했습니다.

한 대학 교수는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을 바꿔놓은 것처럼 챗GPT도 그럴 것이라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도덕적 공황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학생들이 이런 도구를 부정행위에 사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도 했습니다. AI가 교육에 어떻게 활용될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오히려 교육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공학 넘어 철학 분야까지


챗GPT의 능력은 공학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17일자 기사에서 한 철학 교수의 사연을 실었습니다. 그는 '세계의 종교' 강의를 하면서 지난 달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가하던 중 '학급에서 가장 잘 쓴 글'을 읽었습니다. 깨끗한 단락 구성과 적절한 예시, 엄격한 주장으로 부르카 금지의 도덕성을 탐구한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교수는 학생을 불러 자신이 직접 쓴 글인지 물었고 학생은 챗GPT를 이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엄청난 양의 글을 분석해 글의 양식과 특성을 학습한 AI가 단순한 대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철학 에세이까지 훌륭하게 작성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된 겁니다. 아직 프리뷰 버전이 이 정도이다 보니 대학들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영국의 130개 대학 대표들이 챗GPT가 에세이나 리포트 작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미국 뉴욕시는 지난 6일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챗GPT에 접근하는 걸 차단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악용 가능성을 감안해 챗GPT로 쓴 글이나 코드 등을 알 수 있게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책 쏟아내는 미 대학들…우리도 준비해야 할 때


당장 부정행위를 막는 게 시급해진 대학들은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워싱턴 D.C.의 조지 워싱턴 대학교를 비롯해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주 애팔래치안 주립대학교 등에서 교수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오픈북 과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면서 대신 수업 중 과제나 손으로 쓴 문서, 그룹 작업이나 구술 시험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일부 대학과 교수들은 AI 도구의 부정 사용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탐지기(detectors)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표절 탐지 서비스 업체는 올해 챗GPT를 포함해 AI를 식별해 내기 위한 더 많은 기능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AI도 수학 교육을 바꿔놓은 계산기처럼 우리 교육 현장에서 익숙한 도구 중 하나가 될지 모릅니다.(물론 대학 입학 전 계산기 사용이 금지되는 우리나라는 좀 예외입니다.) 지금의 혼란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이닥친 변화를 수용하면서 겪는 진통일 수 있습니다. 챗GPT의 경우 미국에서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사회문제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련 데이터가 쌓이고 한글 버전이 나오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업체들의 AI 개발 경쟁도 치열합니다. 우리 교육 당국과 대학도 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사진= 'OPENAI' 웹사이트 캡처, 'The Washington Post' 홈페이지)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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