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물가 세계화 엔진이던 중국 인구 증가가 끝났다 [핫이슈]
세계 노동인구를 두배로 늘린 효과
선진국 근로자 임금과 물가 하락 촉발
中은 무역흑자로 생긴 초과저축으로
미국 국채 등 선진국 금융자산 사들여
글로벌 저금리 촉발에 기여
중국 인구 감소로 ‘인구 대역전’
글로벌 고금리 고물가 고착화될 듯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으로 편입됐다. 미국은 중국에 최혜국대우를 부여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자국 시장의 문을 중국에 열어주었다. 덕분에 중국은 물건을 만들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팔 수 있게 됐다.
이는 세계 노동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책 ‘인구 대역전’에서 “중국이 세계 제조업 복합체에 통합되었다는 변화만으로도 제품 생산에 투입이 가능한 노동의 공급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라고 했다. 이는 중국의 거대한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0년부터 2017년까지 2억 4000만 명이 늘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6000만 명이 증가했다.
갑자기 노동 공급이 두 배 이상 늘었고 이들이 만든 제품이 전 세계에 팔리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에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의 저렴한 제품이 넘쳐났다. 이는 곧 글로벌 저물가를 낳았다. 동시에 미국 제조업은 중국산에 밀려 몰락하기 시작했다. 선진국 제조업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정체되거나 줄어들었다. 박탈감을 느낀 미국 백인 노동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에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게 됐고 가계 역시 소득이 높아졌다. 중국은 이렇게 번 돈을 저축했는데, 그 저축률이 유별나게 높았다. 초과 저축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초과저축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 굿하트는 책에 이렇게 썼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4조 달러에 근접하게 되었다. 외환 보유고는 자산이고 투자되어야 한다. 중국은 국가외환관리국의 지도 아래 대부분 선진경제의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있는 자산에 외환을 투자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의 큰 부분이 미국 국채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글로벌 저금리를 낳았다. 굿하트의 설명은 이랬다. “글로벌 자본은 그래서 ‘언덕 위로’, 즉 중국으로부터 선진경제로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를 두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글로벌 저축 과잉’이라고 표현했다. 선진경제의 투자 대비 저축 과잉은 균형 실질금리를 낮추었다. 이는 1980년대 부양인구비가 개선된 이후 나타났다. 중국과 동아시아의 과잉 저축이 주입되면서 금리는 더 떨어졌다.“
인도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중국 대신 글로벌 노동인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굿하트는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인도는 행정 자본이 부족하고 다당제 체제 아래 내부 충돌과 연방정부와 주 정부 사이의 충돌로 인해 중국처럼 인적 자본을 경제성장에 동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이 해소되면 다시 저금리·저물가 시대가 다시 올 걸로 예상하는데, 굿하트의 전망대로라면 착각이 될 것이다. 어차피 중국 인구의 대역전으로 물가와 금리가 오를 상황이었다. 공급망 충격이 이를 앞당겼을 뿐이다. 그러니 각국 정부와 가계, 기업은 저금리 저물가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 보고 앞날을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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