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르트 전차 우크라 지원 승인될까…이번 주 독일에 쏠리는 눈
'방어 의미' 장갑차·경전차→공격용 전차…서방 지원 양상 변화 기로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20일 주독미군 시설인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50개국 국방장관 회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관심의 초점은 독일제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지 여부다. 레오파르트는 동유럽과 중부 유럽 다수 국가에 수출됐는데, 폴란드는 자국 보유분 지원 의사를 밝혀 독일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지원이 이뤄지면 그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을 꺼려오던 독일의 입장이 크게 변화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에 망설이는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영국은 자국 주력 전차 챌린저2를 14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독일의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포함한 26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 추가 군사 지원안을 준비하면서도, 자국 주력 전차 M1 에이브럼스 지원 같은 얘긴 쏙 뺀 채 독일의 결단만을 압박하고 있다.
◇첨단 공격무기 지원…서로 공 떠넘기는 美·獨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미국제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독일은 동맹국들이 독일제 전차를 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독일 고위 당국자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나 독일의 레오파르트2는 우크라이나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는 첨단 공격용 무기장비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그간 의존해온 소련제 전차 T-72와는 질적으로 달라 우크라이나 기갑군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특히 레오파르트는 나토 회원국 약 20곳에 2000대 이상 수출돼 있어 독일의 승인만 이뤄지면 수백 대를 보낼 수 있다.
독일은 2차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과오 때문에 개전 초기부터 전쟁물자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방어용 무기를 보내겠다고 할 때 '헬멧 지원' 같은 김빠지는 말만 나왔던 데도 이런 사정이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이번 전쟁 전까지 러시아와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부담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양국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처럼 관계도 손상됐지만, 공격 무기 제공은 정말 금단을 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독일의 고민은 깊어지지만 미국은 이런 독일을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로이터 취재에 익명으로 응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독일 측을 압박할 것"이라며 "레오파르트는 이미 보유국이 많아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 국방부 관계자는 "주말 안으로 이 안건이 진전을 이룰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이번 람슈타인 기지 회의에 앞서 미·독 국방장관 회담이 예정됐지만, 독일 국방장관이 전격 교체된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크리스티네 람브레츠트 전 장관은 지난 16일 사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신임 장관이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난다.
주변 국가에서도 독일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 이어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16일 올라프 숄츠 독일 정부의 소극성을 에둘러 비판하고,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독일이 혼자 가길 원치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던 걸 안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이 먼저 챌린저3 전차 14대 지원을 결정한 배경이지만, 이는 독일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로 풀이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서방의 탱크 공급은 러시아 탱크의 또 다른 침공을 앞질러야 한다"며 독일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도 보다 강력한 무기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데,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시작할 때"라며 "뭘 기다리는 것이냐"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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