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배정남, 지갑 안 물건의 정체 [인터뷰]
"반려견 벨은 내 보물 1호"
배우 배정남은 인터뷰 중 자신의 지갑을 꺼내 그 안의 물건들을 보여줬다. 외할머니와 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의문의 종이가 나왔다. 이 종이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글자는 다름 아닌 '인내'였다. 배정남의 인생을 담은 말이다.
배정남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뮤지컬 영화 '영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배정남은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웅' 위한 노력
배정남은 '영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4, 5kg가량의 총을 들고뛰었고 러시아어까지 연습했다. 극 중에는 배정남의 상의 탈의 장면도 등장한다. 배정남은 이 장면을 위해 촬영이 끝나고 운동을 하곤 했다. 만두를 먹는 신도 쉽지 않았다. 배정남은 "엄청 많이 먹어야 하니까 힘들었다. 먹방을 제대로 한 듯하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입에 만두가 있는데도 더 쑤셔 넣었다. 맛있긴 했지만 정말 배불렀다"고 말했다.
직접 낸 의견이 반영된 부분도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과 관련해 대본에는 '조도선, 말없이 눈물만 뚝뚝 흘린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배정남은 조도선의 눈물은 다른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고 감독을 찾아갔다. 솔직하게 의견을 낸 결과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장면이 탄생했다. "안중근 의사와 동지잖아요. 본인이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담담히 죽으러 가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보며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미안함을 담은, 감정이 북받친 듯한 눈물이 나올 듯했죠."
달라진 가치관
배정남은 '영웅'을 통해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그에게 찾아온 변화 중 하나는 역사에 대한 생각이다. 원래는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현재는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며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조도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독립군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그 과정이 곧 공부였단다. 배정남은 "많은 걸 느끼고 반성하고 깨우쳤다. '영웅'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 외에 훌륭한 다른 분들도 진짜 많더라"고 말했다.
배정남은 역사 공부를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다. 그는 "'정말 대단한 조상들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마운 마음이다. 역사 공부를 영화 때문에 잠깐 하는 건 아니다. 자식을 낳아도 역사를 가르쳐야 할 테고 잘 모르는 주위 친구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은 한국 골동품 수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예전 물건들을 구하며 '이렇게 살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근현대사에 꽂혔다"고 밝혔다.
보물 1호, 반려견 벨
앞서 배정남은 방송 프로그램, SNS 등에서 반려견 벨을 향한 애정을 내비쳐왔다. 그는 갑자기 디스크가 찾아온 벨을 열심히 돌보는 중이다. 벨과 함께하며 배정남은 사소한 일에 느끼는 감사함이 더욱 커지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배정남은 벨에게 디스크가 찾아온 뒤 그가 죽을까 봐 불안해했다. '유모차라도 태워서 데리고 다닐게'라고 생각하며 벨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다. 정성이 듬뿍 담긴 간호 속에서 결국 벨은 회복했다. 혼자 일어서진 못하지만 죽음에서 멀어졌다. 배정남은 "벨이 언젠가는 떠날 테지만 내게 시간을 만들어 줬다. 고마운 마음"이라며 반려견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정남에게 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는 벨에 대해 "가족이라고 하면 너무 형식적이지 않나. 내 보물 1호다"라고 말했다. 2023년 목표 중 하나도 벨과 맞닿아 있다. 올해 벨을 일으켜 세우고 싶단다. 연애보다도 벨이 우선이다. "마음이 편안해야 연애가 될 듯하다. 아이가 아픈 상황이지 않나"라는 그의 이야기에는 벨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배정남이 사랑하는 '인내'
배정남은 현재의 상황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에게는 많은 영웅이 있다. 바로 외할머니, 아버지, 하숙집 할머니다. 배정남은 "가장 큰 영웅은 외할머니다. 할머니 덕분에 내가 잘 큰 듯하다. 정과 사랑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아기 때 날 키워준 아버지도 영웅이다. 어떻게든 날 키우려고 하숙집에 맡기긴 했지만 열심히 사셨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 중 꺼내 보여준 지갑에도 외할머니와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다. 보라색 글자 '인내'가 적힌 종이도 나왔다.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있는 도장을 찍어 쓴 단어였다. '인내'는 곧 배정남의 삶이다. "전 인내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 인생을 나타내는 말 같거든요. 인내 덕에 제가 지금까지 롱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급하고 불안한 게 있으면 지금까지 이 작업을 못했을 겁니다. 그동안 인내를 갖고 참고 버텨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한편 '영웅'은 지난달 21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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