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UAE의 적’ 발언에 항의 수위 높여가는 이란…외교부, 이란 대사 ‘맞초치’
“윤 발언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
한국, 즉각적으로 해명하고 정정해야”
이란 정부가 18일(현지시간)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자 외교부는 19일 주한 이란대사를 맞초치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따른 파장이 한국과 이란의 상호 대사 초치로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 IRNA 통신 등 현지매체는 이란 외무부가 18일 윤강연 한국대사를 불러 윤 대통령의 발언에 엄중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레자 나자피 법무 담당 외무차관은 윤 대사를 만나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 대부분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문제와 관련해 한국 당국이 즉각적으로 해명하고 입장을 신속히 정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나자피 외무차관은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하는 등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거론하면서, 한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자피 외무차관은 또한 윤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한 맞조치로 19일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정부의 입장을 거듭 설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를 불러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조 차관은 이란 측이 NPT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며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변인은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는 취지로 한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이란 측에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이란 측도 이해한 것 같다고 밝혔지만, 사태는 봉합 수순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이란 측은 주한 이란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별도의 입장문을 낸데 이어 테헤란 주재 한국 대사까지 초치하는 등 항의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전날에도 주한 이란대사관은 입장문을 통해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그리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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