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 담도암 국내 2상서 ORR 37.5% 확인
한독이 국내 2상 진행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항암제 'ABL001'의 담도암 국내 임상 2상 주요결과가 공개됐다. 오는 1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주최 측이 선공개한 초록을 통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SCO GI의 홈페이지에 ABL001 국내 2상 결과의 초록이 게재됐다. 초록에 따르면 이번 임상의 객관적반응률(ORR)은 37.5%(24명 중 9명)를 기록했다. 9명에서 부분관해(PR)가 관찰됐다. 추적 기간의 중앙값은 11.8개월이었다. 이번 결과는 ASCO GI에서 포스터로 발표된다.
2차 치료 환자군 ORR, 63.6%
ABL0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항암제다. 현재는 한독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ABL001에 대한 국내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한독이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중화권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는 미국 컴패스테라퓨틱스가 가지고 있다.
ABL001은 DLL4와 VEGFA를 동시에 표적한다. 이들은 종양미세환경에서 신생혈관 형성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2상은 공개(오픈라벨), 다기관으로 진행됐다.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담도암(BTC)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파클리탁셀(80mg)과 함께 ABL001을 체중 1kg당 10mg을 격주로 처방받았다. 이를 파클리탁셀 단독요법과 비교했다. 이를 통해 ABL001·파클리탁셀 병용투여의 2차 또는 3차 치료요법으로서의 효과를 관찰했다.
1차 유효성지표는 반응평가기준(RECIST v1.1)을 기반으로 한 ORR이다. 2차 지표에는 치료 실패까지의 시간(TTF)과 반응 기간(DOR), 무진행생존기간(PFS), 전체생존율(OS) 및 안전성이 포함됐다.
ABL001은 지난해 5월(데이터컷오프 2022년 4월) 공개된 미국 담도암 2상 중간결과에서 24명의 환자에 대해 41.6%의 ORR을 보였다. 질병통제율(DCR)은 92%였다. 미국 2·3상은 컴패스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결과(데이터컷오프 2022년 8월 12일)에서의 ORR은 37.5%였다. 특히 2차 치료제로 투여받은 환자군의 ORR이 63.6%로 높게 나타났다. 3차 치료 환자군은 15.4%였다. 전체 환자 24명 중 11명은 2차, 13명은 3차 치료제로 약을 투여받았다. 9건의 PR이 관찰됐다. DOR과 PFS의 중앙값은 각각 9.4개월이었다. TTF 중앙값은 5.9개월이었다.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 좋지만 부작용도 커
한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ABL001의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 및 조건부 허가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 추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해 이 작업이 끝나는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미국 희귀의약품 지정(ODD)과 조건부 허가는 컴패스가 담당한다. 미국 임상은 아직 2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미국에서의 허가 신청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담도암 1차 치료제로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3중 병용요법이 있다.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와 화학항암제 젬시타빈·시스플라틴(GemCis)을 투여하는 방법이다.
이 요법은 임상 3상에서 기존 1차 치료제였던 GemCis보다 OS와 PFS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ORR이 GemCis의 18.7% 대비 26.7%로 큰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FDA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선 허가 사례를 보면 ABL001이 넘어야 할 FDA의 장벽은 낮을 수 있다"며 "향후 임상 결과를 통해 ABL001이 표준치료제로도 사용 가능할지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ABL001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컴패스는 ABL001의 적응증을 대장암과 난소암으로 확장하고 있다.
엄 연구원은 특히 대장암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 애브비가 개발하던 동일 기전의 이중항체 'ABT-165'가 대장암 임상에서 이유불명으로 조기 종료됐던 이력이 있다"며 "기존 빅파마가 실패했던 파이프라인을 ABL001이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했다.
미국에서 대장암은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은 암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암 진단 및 암 관련 사망 사례의 약 10%를 차지한다. 연간 환자수는 미국과 일본이 각 15만명, 유럽 주요 5개국(EU5)이 2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임상에서 위약에 비해 생존기간을 1~2개월 늘리는 데 그쳤다.
다만 담도암 국내 2상에서는 치료 관련 부작용(TRAE)이 많이 나타났다. 모든 등급의 치료 관련 부작용(TRAE)은 환자 100%에게서 보고됐다. 3등급 이상 TRAE는 환자의 75%에게서 확인됐다. 가장 빈번한 3등급 이상 부작용은 호중구감소증(50%), 고혈압(16.7%), 빈혈(12.5%) 및 혈소판감소증(8.3%)이었다. 이 중에는 5등급의 폐렴 사례도 1개 보고됐다. 25%(6명)는 혼란 상태, 폐색전증, 혈액 크레아티닌 증가 등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앞서 임핀지를 병용투여한 담도암 1차 치료 3상의 3등급 이상 TRAE 비율은 62.7%였다. 임상을 주도한 오도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TRAE 비율이 높게 관찰됐고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BTC에서의 DLL4 및 VEGF 표적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부작용 측면에서 임상 조건 등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경쟁사와의 절대 비교는 어렵다"며 "ORR이 경쟁사 대비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과를 토대로 ODD 지정 등을 기대하고 있다"며 "전체 임상이나 상용화 등 일정이 예정보다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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