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정이' 연상호 감독 "신파 지적, 예상했다…불편함 이해 못 하는 것 아냐"②
연상호 감독이 신작 영화 '정이'를 두고 신파가 강하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당연히 예상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작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20일 공개를 앞두고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정이'는 22세기 A.I. 전투용병의 뇌 복제 실험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故 강수연 씨, 김현주 씨, 류경수 씨 등이 출연했다.
정식 공개에 앞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사를 진행한 이후 '정이'를 둘러싼 반응은 엇갈렸다. 그간 늘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하며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는 애칭까지 만들어낸 연 감독의 작품 답지 않게 획기적인 새로움이 없고, 모성애를 매개로 신파가 영화를 지배해 보기 불편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 것.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덤덤하게 "당연히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파가 한국의 멜로 형식에 있어 나쁘단 생각은 못 해봤다. 그에 대한 비판과 불편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편하게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고, 의외로 연출하기 까다로운 장르란 생각이 들었다"고 느낀 점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고전적 멜로와 SF 영화의 결합을 꿈꿨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흔히 신파라 표현되는, 눈물을 자아내는 멜로가 사실은 대단히 효과적인 표현방식이라 생각해 감탄을 할 때 즈음이었다. 그것과 SF가 결합됐을 때 어떨 것인가 궁금했다. SF가 한국 사람에게 낯설 수 있지만, 낯섬을 쉽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 멜로에 대해 집중하게 한 계기가 언제였는지 묻자 자신의 영화 '부산행'이었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와 웃음을 자아냈다. 연 감독은 "부산행에서 공유 씨와 김수안 씨가 헤어지는 장면을 연출하기 전날 잠을 못 잤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촬영날 제가 너무 슬퍼서 울었다. 연출자가 우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제가 울어서 컷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 장면 촬영을 마친 이후 신파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연 감독은 "그전에 봤던 신파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중을 울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굉장히 감탄했고, 해외에서도 강렬한 연출 방식이더라. 미드 같은 경우 감정선이 드라이한 편이다. 그들이 받아들이는 건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들에게 익숙한 SF장르와 결합했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도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복합장르를 시도하고자 했던 그는 故 강수연 씨를 만나 기획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 연 감독은 "처음에는 그 정도만으로는 영화가 위험해보였다. 그런데 강수연이라고 하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표현주의적 연기를 하셨던 분을 떠올리는 순간 영화가 컨셉츄얼하게 느껴졌다. 고전영화 같은 형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통해 던지고자 했던 화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고도 전했다. '정이' 후반부 서현은 위험을 무릅쓰고 정이를 복제한 A.I.의 탈출을 돕는다. 그리고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모두 물리친 뒤 로봇을 떠나보내며 "자유롭게 살아요"라는 말을 던진다.
연 감독은 "지금의 결말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서현이 엄마를 닮은 로봇과의 유대관계를 끊어내는 결말이 애초에 생각한 결말이다. 마지막에 서현의 대사와 행운을 빌어주고 축복하는 것을 보면, 너무 사랑하는 존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며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사진출처 = 넷플릭스]
YTN star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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