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반환점] ② 北 핵위협 맞서 한미동맹 강화…북미대화는 '안갯속'
北 전례없는 도발·핵실험 준비에도 '대화' 손짓…북미관계, 北에 달려
韓美, 전기차 차별해소 '발등에 불'…美, 對中견제 가속화 속 한국 배려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3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오히려 전례 없는 규모의 무력 시위로 맞서며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지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지도 못한 채 대결이 격화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워싱턴 조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역대 최대 규모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등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메아리처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묘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전략 경쟁 대상인 중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도 바이든 행정부의 손발을 묶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바이든 행정부도 답답한 모습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 참석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대북 관여 차원에서 시도한 전략들이 무시됐기 때문에 좌절감도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이 7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한 올해 미국은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美, 확장억제 강화로 한국 달래기…내달 첫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이처럼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현재의 대치 국면이 당분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전망이다.
외교적 해법의 길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점점 더 고도화함에 따라 미국은 한국, 일본과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불안해진 한국과 일본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다음 달 미국에서 실시하기로 하는 등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반기에는 한미연합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11일 연속해서 하기로 하는 등 실전적 대북 대비 태세를 공고히 하는 추세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점차 커지면서 한국 내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든가, 한국도 독자적인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한미일 3국이 작년 11월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1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수라며 한국과 탄도미사일 방어, 대잠수함전, 해양 안보 등 분야 훈련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대북 억제력 강화가 북미간 또는 남북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의도와 다르게 군비 경쟁을 촉진하고 긴장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돌파구 찾기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미 입장에서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은 순전히 방어를 위한 조치이지만 북한은 이 모든 것을 '적대 정책'으로 간주해 더 반발하는 형국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태도도 대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천명하는 등 북한은 한미가 자신의 핵·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무기 개발과 시험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는 외교는 없고, 한미와 북한 모두 훈련과 연습을 계속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논란' 법개정 난항…美, 한국 피해 없는 對中 견제책 찾아야
북한의 고강도 핵·미사일 위협 속에 한미 양국은 어느 때보다 굳건한 동맹관계를 과시하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도전과 장애물도 계속 돌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서 파생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문제로, 향후 한미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법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얽혀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 측 이의제기에 대해 이해를 표명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만큼, 법을 개정하거나 그것이 어려울 경우 법을 손대지 않고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도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완화하거나 이 규정의 시행을 3년 유예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연말 '북미 최종 조립' 요건과 무관하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 대상에 리스 차량도 포함함으로써 리스용으로 판매되는 한국산 전기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둬 일단 한국 자동차 업계의 숨통은 터줬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 재무부가 오는 3월 세부 규정을 발표할 때까지 업계와 소통하며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계속 노력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 측이 내놓을 카드가 주목된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점차 강도를 높여가는 경제안보 정책도 일각에선 양국관계의 시험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첨단기술과 핵심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맹과 함께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작년에 반도체 관련 대(對)중국 수출통제를 발표한 데 이어 대상을 배터리와 생명공학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분야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분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수출 및 투자 통제를 강화할 경우 의도치 않게 한국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기업 투자를 미국에 유치하고 해외로 이전한 미국 기업의 복귀를 촉진하는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과정에 IRA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논란처럼 한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어렵게 하는 정책이 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 대해선 1년간 유예조치를 적용하는 등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런 배려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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