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친숙한 기이한…불안의 이중성

최재훈 2023. 1. 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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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지역 문화·예술계 소식을 전하는 문화톡톡입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불안을 주제로 한 '친숙한 기이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최재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붕과 벽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직선이지만 주시하고 걷다 보면 현기증을 일으키는 것이 현대인이 선호하는 고층 아파트 같습니다.

친숙한 젓가락 행진곡 리듬을 타고 흐르는 비디오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안락한 공간인 집과 카프카의 '변신'에 등장할 법한 진실이 은폐되고 존재가 유린당하는 음침한 집의 양면성이 펼쳐집니다.

'집'이라는 주제로 친숙하지만 섬뜩한 불안의 이중성을 두 작가가 협업으로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강승완/부산현대미술관장 : "재난과 질병 등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일상을 영유하고 있는데요. 이 전시는 일상에 잠재한 불안이라는 요소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거세 당한 남근과 모호한 형태의 덩어리, 그리고 성당 꼭대기에서 무언가를 감시하는 듯한 이무깃돌의 형상은 검은 비닐에 쌓여 뚜렷하지는 않지만 낯설지도 않습니다.

무의식에 모두가 품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의 덩어리들입니다.

[박한나/부산현대미술관 학예사 :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친숙한 이면의 어둠을 보여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둠을 굉장히 끔찍하거나 아니면 보기 불편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7개 인공지능 두상의 첫 인상이 친근해 보이지만 내가 움직이는 대로 7개 로봇 눈동자가 동시에 나를 주시할 때면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AI와 대화를 시도하면 7개 로봇이 시간 차로 같은 답을 해 소리가 울려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시도해 보지만 인간보다 훨씬 큰 두뇌를 가진 AI의 단순한 장난이 소외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집, 존재, 기술 세 가지 주제로 4개국 11명의 작가가 담아낸 불안의 이중성.

친숙하지만 기이한, 우리가 깊숙이 숨겨 놓았던 이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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