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고른 속초의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속초는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덕분에 여행 일정이 짧든, 길든 한 끼도 허투루 해결할 수 없다. 신중하게 고른 속초의 아침, 점심, 저녁 식사다.
●물곰탕으로 여는 아침
사돈집
호텔과 리조트에서 편하게 즐기는 조식 뷔페만큼 좋은 게 바로 현지의 맛이다. 다른 지역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유명한 아침 식사라면 망설임 없이 방문하게 된다. 속초에서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 물곰탕이 있으니까. 이 지역에서 물곰탕으로 이름난 식당이 많은데, 이번에는 동명항 근처에 있는 사돈집으로 향한다.
오전 8시부터 영업을 해 일출을 보고 식사하기 적합하고, 식사 후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물곰(보통 곰치로 불림)은 깊은 바닷속에서 사는 어종으로 동해안에서는 사계절 어획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방이 없어 국물을 내면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특징이라고. 특히, 물곰의 살은 부드럽다 못해 흐물흐물한데 처음엔 낯설 수 있으나 호로록호로록 퍼먹기 좋다.
사돈집의 물곰탕은 생선의 특징을 제대로 표현한 음식이다. 1인분임에도 살과 알, 간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고, 개운한 국물, 고소한 간, 톡톡 터지는 알의 조화가 훌륭하다. 여기에 흰살생선의 담백함과 매콤달콤한 양념장이 어우러진 가자미조림과 다양한 밑반찬까지 더해지니 아침부터 화려한 밥상을 즐길 수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맛
신토불이감자옹심이
점심 식사는 균형이 중요하다. 오후 여행을 위해 허기를 달래면서도 너무 무거운 식사는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맛을 포기할 수는 없다. 속초에 온 만큼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감자옹심이를 추천한다.
많은 옹심이 가게 중에서 유독 발걸음이 모이는 식당이 있다. 속초중앙시장 종합중앙상가에 자리한 신토불이감자옹심이다. 전통감자옹심이와 들깨감자옹심이, 감자전, 오징어순대, 명태식해(명태회) 등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감자옹심이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쫄깃한 식감이다. 이곳도 순도 100%의 감자옹심이로 그 즐거움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다. 감자전분, 변성전분, 찰밀가루 등을 첨가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육수의 경우 13가지 국산 천연재료로 직접 우린다고. 또 감자옹심이의 조력자인 김치와 깍두기도 국산 재료로 직접 담근다.
옹심이만 먹기 허전하다면 감자전을 곁들이길. 감자의 고소한 맛을 온전히 담고 있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또 속초에서 오징어순대를 흔하게 만날 수 있는데, 따로 먹을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이 식당에서 먹어도 괜찮겠다.
●우아한 하루 끝
케이에이비
속초에 왔다고 아바이순대, 대게, 생선구이, 닭강정, 대구탕 등 한식만 먹을 순 없는 일 아닌가. 한 끼 정도는 우아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게 어떨까.
청초호 근처에 있는 케이에이비를 조심스레 권한다. 케이에이비를 이끄는 최현갑 셰프는 뉴욕 CIA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주류 회사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이러한 경력이 식당 곳곳에 배어 있는데 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 맥주도 준비해 놓고 있으며, 음식과 어울리는 주류를 적절하게 추천한다.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맛이 좋다. 특히, 생면 파스타가 인상적이다. 시금치로 반죽한 면과 진한 비스크 소스로 맛을 낸 새우 파스타는 면 한 가닥도 놓치기 아쉽다. 제철에 따라 들어가는 새우가 달라지는데 11월 초 방문 때는 늦가을에 제철인 홍새우를 활용해 더 풍성한 맛을 선보였다. 원래는 부드럽고 녹진한 식감의 단새우를 활용한다고. 이밖에도 새콤한 딜 크림소스와 관자가 조화를 이룬 구운 관자 요리, 크랜베리 잼, 매쉬포테이토를 곁들인 스웨디시 미트볼도 함께 맛보길.
▶여행+
청동기 시대의 흔적
속초 조양동 선사유적
드넓은 바다와 웅장한 산세의 설악산 등 속초는 자연환경이 풍부한 여행지다.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공간이 있다. 조양동 유적이다. 속초시립박물관에서 그 존재를 알았고,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조양동 유적은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청초호 남쪽의 낮은 구릉 지대인데, 그 시대 사람들이 살기에 알맞다고. 이곳에서 움집터 7채, 고인돌 2기, 석기와 토기가 많이 발견됐다. 현재 1~5호 주거지가 복원돼 있다.
게다가 동북지방의 민무늬토기문화가 남한지방으로 전파되는 경로를 밝혀 주는 중요한 유적지라고. 즉, 신석기시대 말, 청동기시대 초기에 있어서 동북지방과 강원도 영동지방간의 문화교류를 입증해주는 매우 중요한 유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참, 꽤 높은 지대라 이곳에서 속초 시내 일대와 바다가 보인다. 주변에 산책로도 조성돼 있어 잠시 시간을 내 걸어볼 만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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