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주석 공시 의무화…"회계 기준 정비돼야"

박현영 기자 2023. 1. 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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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석 글루와 사내 회계사
"유동화 수익·노드 운영 수익 등 이슈"…공시 중요성 대두
김민석 글루와 사내 회계사가 지난 11일 <뉴스1>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올해 가상자산 발행·보유와 관련한 회계 상 주석공시를 의무화한다. 이와 관련한 기준도 정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발행 또는 보유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수익을 어떻게 회계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선 국제적으로도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특히 발행사가 가상자산을 매도(유동화)하거나 노드(블록체인 상 네트워크 참여자) 운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우 이를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금감원이 다양한 사례에 대해 어떤 기준을 들이댈 지 역시 업계의 관심사다.

이에 <뉴스1>은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글루와 소속의 김민석 회계사를 만나 가상자산 회계 처리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짚어봤다. 김민석 회계사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감사본부와 EY한영 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9년 간 근무했으며, 현재는 글루와 소속 사내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준 모호한 '가상자산 회계처리'…최선은?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공시하게 될 경우, 회계 처리에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곳은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사다. 통상 상장사들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워 자회사 형태로 가상자산을 발행한다. 다만 자회사를 통해 발행된 가상자산도 모두 공시에 기재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발행사가 가상자산을 매도(유동화)하는 경우다. 위메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1년 매출에 위믹스(WEMIX) 유동화 대금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정공시를 통해 위믹스 매각분을 선수수익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계사는 "발행한 가상자산을 유동화할 땐 매도할 때마다 수익으로 인식하거나, 가상자산의 특성에 따라 선수수익으로 인식할지에 대해선 앞으로 계속 논의가 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동화하지 않은 가상자산 중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도 많다. 발행사 대부분은 미유통 상태의 가상자산을 준비금 형태로 보유한다. 다만 이 물량을 재무제표 상 자산으로 인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는 "가상자산 발행 시 판매한 토큰 물량에 관련된 손익만 재무제표에 인식하고, 자기 준비금 물량은 인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이슈"라고 밝혔다.

이어 "IFRS(국제회계기준)에서는 내부적으로 창출한 무형자산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왔다"며 "발행한 토큰을 회사 지갑 내에 보관함으로써 보유량을 공개할 순 있지만 이를 재무제표에 인식하기엔 부담이 있다. 재무제표에 올리면 큰 규모의 토큰 시가총액이 회사 자산으로 반영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행한 가상자산의 시총 규모가 기업의 시총보다 큰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장부에 반영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단, 이에 대해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사는 물론, 최근에는 노드를 운영함으로써 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을 받는 상장사들도 다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경우, 노드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상장사가 15곳에 이른다.

이는 위메이드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클레이튼 노드 운영으로 발생한 보상을 클레이를 수령한 시점의 공정 가치를 반영해 '기타 매출'로 인식한다. 노드를 운영하면 그에 따른 가상자산을 배분 받는 시점이 있는데, 배분받을 때마다 시세를 트래킹해 매출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김 회계사는 "노드를 운영하는 것도 회사 영업의 한 종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배분받아 이를 매출로 인식한 건 적절한 회계 처리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발행사가 탈중앙화자율조직(DAO)으로 운영될 경우 발행한 가상자산을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도 이슈가 될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이 일반적인 기업 체제가 아닌,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DAO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 회계사는 "DAO 자체가 법인격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DAO를 대표해 회계 처리를 할 엔티티(Entity)가 필요하다. DAO는 블록체인 상 도구일 뿐"이라며 따로 기관을 설립해 회계 처리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감사보고서 내는 '글루와 펀드'…"DAO도 재무제표 발간"

김 회계사는 보다 구체적인 가상자산 회계 처리의 사례로 그가 소속된 글루와를 들었다. 글루와는 현재 가상자산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자금을 유치한 후,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실물 경제에 투자하는 '글루와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향후 이를 DAO로 운영할 계획으로, 이에 대비해 회계 처리를 하며 정기적으로 감사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글루와펀드의 회계 처리 방식을 알기 위해선 글루와의 사업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글루와 본사는 미국에, 글루와펀드는 케이먼제도에 설립돼 있다. 케이먼제도는 모든 펀드들에게 연 1회 감사보고서를 펴내게끔 하는 비교적 단순한 규제를 갖고 있다.

글루와 본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즉 플랫폼을 제공한다. 투자자들이 앱에서 보유한 가상자산을 투자하면 이는 글루와펀드로 흘러들어간다. 자금은 외부로 재투자된 뒤 향후 발생된 수익은 투자자들에게 배분된다. 이 때 펀드는 영업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와 글루와펀드 간에는 이를 연결해주는 글루와캐피탈이라는 법인이 하나 더 있다. 글루와캐피탈은 펀드 운영을 총괄하는 제너럴파트너(GP) 역할을 한다.

글루와 앱에선 스테이블코인 USDC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서 USDC를 구매한 후 글루와 앱에 전송하면, 실물경제와 연관된 서비스에 재투자된다.

김 회계사는 "일반적인 크립토펀드는 실물경제가 아닌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때문에 크립토펀드와는 다르다"며 "전통 펀드와 비슷한 방식인데, 투자금만 가상자산에서 끌어올 뿐"이라고 말했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굴리고 싶어하는 고객의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펀드를 구상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 펀드 회계 처리를 위해 글루와는 모든 개인 투자자들의 실명인증(KYC)을 진행한다. 가상자산을 투자하는 것이므로 블록체인이 곧 장부가 되는 셈인데, 글루와는 루니버스의 사이드체인을 이용한다.

루니버스는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루니버스 사이드체인 상에서 어떤 고객이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투명하게 볼 수 있다고 김 회계사는 설명했다. 또 특정 고객에게 이자가 얼마나 지급됐는지도 블록체인 상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사이드체인에 기록한다고 밝혔다.

김 회계사는 "회계 처리를 할 때 블록체인 상 거래기록이 곧 장부이므로 이를 하나 하나 비교 대조하며 처리한다"며 "고객 지갑에서 가상자산이 글루와 지갑으로 흘러들어기고, 해당 자산이 USDC로 바뀌어 투자처에 지급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블록체인 상 기록과의 차이가 없는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될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이처럼 대조한 결과는 1년에 한 번 펴내는 감사보고서에 기재한다. 김 회계사는 "고객에게 받은 돈은 부채로 올리고, 투자처에 빌려준 뒤 돌려받는 돈은 자산에 띄워 놓는 단순한 보고서 형태"라고 설명했다.

향후 글루와는 펀드 투자금 모집을 DAO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DAO 커뮤니티의 멤버가 되어 투자 지분에 따라 투표권을 얻고, 투표권을 통해 투자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 방식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 역시 회계 처리하기 위해 DAO를 대변할 수 있는 '오픈파이'라는 기관을 케이먼제도에 하나 더 설립했다.

김 회계사는 "앞서 언급했듯 DAO 자체가 법인격이 되기는 힘들기 때문에 DAO를 대표할 엔티티를 케이먼제도에 따로 설립한 것"이라며 "오픈파이 자체는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매년 감사보고서를 낼 필요는 없으나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매해 재무제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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