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112 번호 통합 무산…지자체 CCTV 경찰·소방 연계 추진

김윤구 2023. 1. 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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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 상황실 연락관 상호 파견 계획…이달말 종합대책 발표
112치안종합상황실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임헌정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2.10.20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미국의 911 같은 단일 긴급신고 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나왔지만, 정부가 검토 끝에 현재의 119·112 복수 번호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난 상황 대응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한 CCTV를 경찰과 소방 상황실에 연계할 방침이다.

1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태스크포스 회의 등에서 119·112 번호 통합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행안부가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119·112 번호 통합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발생 전 경찰이 112 신고에 미흡하게 대응했으며 늑장 대응으로 사고 발생 85분이 지나서야 기동대가 현장에 도착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긴급신고 번호 통합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911처럼 신고번호를 하나로 합쳐 통합 관제 시스템을 만들고 지휘체계를 정비해 재난 대응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도 "112·119 보고체계가 통합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누구나 공감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긴급신고 번호가 나뉘어 있으면 신고자가 상황을 판단해서 신고해야 하며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총체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 각각의 고유 역할과 기능이 있어 신고번호를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도 "119와 112를 합칠 경우 집중호우 같은 재난 상황에서 119로 신고가 폭주하면 범죄가 일어나도 신고를 아예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없으면 통합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호우 상황에서 신고 폭주로 119 전화가 마비돼 112 상황실이 대신 재난 신고를 접수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CCTV 지휘관제시스템 시연회 (부산=연합뉴스) 강덕철 기자 =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119종합상황실에서 '스마트 CCTV 지휘관제시스템' 시연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종 재난·재해현장을 119종합작전상황실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현장을 통제하고, 구조·구급·소방대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 2022.12.15 kangdcc@yna.co.kr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2016년 21개나 됐던 각종 신고번호를 범죄분야 긴급 신고는 112로 재난 분야 긴급 신고는 119로 통합하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이나 상담 전화는 110으로 합쳤다.

당시 112와 119 중 한 번호로 통합하거나 제3의 단일번호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됐으나 두 번호를 따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단일 신고 전화는 신고를 접수해 소관 기관으로 전파할 때 시간이 추가로 걸리고 대형 사고로 통화량이 폭주할 때 대응하기 어려우며 비용도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에 신고 번호 통합이 무산된 것이 경찰과 소방의 "조직 이기주의" 때문으로 추측하면서 "상황실 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해 경찰과 소방이 같은 컨트롤타워에서 지시받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의 다른 관계자는 신고번호 통합 외에 현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다른 것은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경찰과 소방이 상황실 상호 연락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간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시 협조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전국 18개 시·도에 있는 소방재난본부 상황실과 지방경찰청 112 상황실 간에 연락관을 상호 파견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와 112·119 상황실 CCTV 연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과 연계된 지자체가 관리하는 3천800여대의 재난용 CCTV를 통해 재난 발생 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나 이태원 사고 현장 주변의 CCTV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 용산구청 CCTV 통합관제센터는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현장 상황을 한 건도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112·119 상황실에서 해당 지자체의 CCTV를 연계해 관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 사업에 따라 현재 서울의 경우 서초, 방배, 마포, 성동, 은평, 구로, 양천, 도봉, 서대문, 관악, 노원 등 일부 지자체의 CCTV 관제센터는 112 종합상황실과 연계돼 있다.

행안부는 방범용 등 재난 대응 이외의 목적으로 설치된 CCTV도 경찰·소방 상황실과 연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자체가 지능형 CCTV를 확충해 지능형 관제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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